잠깐 멈춤
고도원 지음, 김성신 그림 / 해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를 알게 된건 대부분이 그렇듯 인터넷 메일인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서이다. 그 메일을 구독하는 독자가 새로운 독자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그의 팬층이 두터워졌는데 감성 풍부하고 정많은 언니가 보내줘서 알게 되었다.
 그의 글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사실 이런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좋은 글들은 많았지만 고도원씨의 글은 조금더 특별했던 것 같다. 뭐랄까. 좀더 진국인듯한 느낌? 비슷비슷한 크림빵들 사이에서 좀더 향이 진하고 질감도 부드러운 ... 그래서인지 그의 메일은 수없이 쌓이는 다른 류의 메일들 속에서도 꾸준히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그런 그가 이번에 산문집을 냈다니 반가왔다.

 책으로 나오면서 내용 외에도 종이에 향을 입혀서 진짜로 향기로와졌다.  독자들에게 그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정도다. 내용을 보니 말 그대로 편하게 이래저래 드는 상념, 의지등을 두서없이 펼쳤는데 기존 그의 메일들처럼 따뜻하고 여운이 깊다. 다만 그 내용중 놀란건 젊은 시절 도박을 하기위해 호기넘치게 경찰차를 이용한 부분이다. 배짱한번 두둑하지만 염치도 없다 싶다. 만약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인간성 자체에 두손을 그으며 다시는 안만났을법한 행위인데 시간이 흘러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게 되다니...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닌것 같다.

 그 자신도 고해성사 하는 마음으로 털어놨을만큼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런 일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솔직히 얘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그릇이 되었다는 증거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실수는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아니 그것보다는 역시 도박이란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은 쉬어갈줄 알라는 부분이다. 마냥 뛰어야하고 뛰지 않으면 불안한 심리에 쉴줄 알아야 더 멀리 높이 뛸수 있다는 부드럽고도 단단한 그의 조언에 불안했던 마음이 다소 편안해진다. 향기와 더불어 편안히 천천히 읽을 책이다. 하지만 길게 쓰는 얘기들 중 어떤 부분들은 너무 밋밋하다. 말도 글도 줄여야 진해지는 법인가. 긴 산문 뒤로 그 내용을 정리한 짧은 글들이 오히려 더 맛나게 느껴지고 여운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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