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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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비꼬는 냉소적인 그러면서도 스스로 서글퍼지는 대사다.  원하던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면서 그 힘든 상황에 있어 열정을 갖고 힘을 내라는 격려를 들을때 이런 소리를 안하게 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학창시절 꿈꿨던 일이 먹고 사는 호구지책이 되면서부터, 특히 그 월급의 70% 이상은 회사의 인간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때문일 정도로 정작 일보다는 다른 것들로 인해 힘들때 직업은 열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의 지난 회사원 시절 열정이면 다 될것이라 생각하고 야근도, 적은 보수 및 개념없는 상사와 동료와의 트러블도 다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깨우친 건 회사생활을 잘 할수 있는 기본은 열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 진실을 냉소적이면서도 위트넘치는 목소리로 알려주는 이 책의 작가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연예기자를 하다가 그 시절 경험을 살려 책으로 낸 것이다. 많은 작가, 특히 젊은 여성 작가일수록 직장생활의 경험이 적어서인지 그녀들의 책을 보면 주인공의 직업은 다소 밋밋하게 그려진다. 드라마나 소설로 본 사무실 풍경을 색의 농담 차이만 두고 비슷비슷하게 펼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뼈에 사무친 경험들에 기반을 둔 탓인지 참으로 사실적이다. 전투적이고 비이성적인 직장풍경. 안다녀본 사람은 오히려 정말일까 의구심을 가질 정도지만 직장생활 좀 해본 사람들은 이 소설의 상황들에 수긍을 할수 있다.  

 평소 호기심이 있던 연예기자의 생활에 대해 이렇게 잘 알게 되다니 새롭고 재미있다. 이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대문에 실시간 뜨는 자극적인 기사제목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안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대충 짐작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가장 극명히 대변하는 매체가 바로 인터넷 연예신문이 아닐까 싶다. 약간의 지성과 적당한 허영, 그리고 넘치는 객기와 엉뚱함을 가진 주인공은 기존 소설의 인물들과 다르지만 그녀의 갈등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특히 스스로 그만두는것이 아니라 잘려서 그만두는 마지막. 그러나 그렇게밖에 해방되지 않는 그녀의 자주적 한계는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는 대다수 직장인들과 같지 않을까. 특히 회사생활을 잘 하는 방법등에 대한 조언 등  리얼한 정말 리얼한 이 책에 있어서  남자주인공의 정체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여자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생명력이 넘쳐 재미와 공감을 가득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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