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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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그리고 90년대. 그때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이라 경제에 대해서는 상세히 아는바가 없다. 다만 매일 대학생들이 데모를 했다는것. 고 박종철 학생의 죽음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던 것. (어린 마음에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그말이진짜인줄 알면서 신기해했더라는...-_-;)

그리고 매일매일 어른들이 집과 땅과 아파트를 보러다니던 것. 주식얘기하며 오늘은 그돈으로 식탁을 샀네. 오늘은 그돈으로 차를 샀네 하는 얘기들을 들었던 것....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시대가 얼마나 가파른 혼돈의 시기였는지 알것 같다. 독재권력속에 마구 개발되던 아파트붐. 돈이 돈을 먹고 없는 사람들은 내쳐지던 광풍이 본격적으로 그리고 야만적으로 펼쳐지던 시기였으니까. 지금도 돈이 최고요 모든것의 중심인 분위기는 여전히..오히려 단단하게 여물었지만 그당시는 기존의 선과 시장에 대한 모든 믿음이 갑자기 뒤집혀진 상태라고나 할까. 다들 가짜 위스키를 마시고 흥청망청거리다가 다음날 지독한 두통에 괴로워하는 딱 그모습으로 진행되어왔다.

그 역사의 가장 중심지. 강남.

배추밭, 한강나루터였던 곳이 지금의 빌딩숲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단맛을 부정하게 그러나 가장 달콤하게 맛본 이들의 인생을 최고의 작가 중 한사람인 황석영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폭풍속으로 기꺼이 뛰어든 사람들..그 폭풍을 스스로 조절할수 있게 되었다고 믿게 된 사람들. 그러나 결국 그 믿음도 이 소설 강남몽처럼 헛된 꿈이었을까.

 

책은 다섯 인생을 하나씩 나누어 그들이 살아온 길을 스피디하게 , 또한 묘한곳에서 서로 겹쳐지게 만들며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강남의 개발속에 승승장구한 사람들...그러나 승자라고 생각해온 그들의 마지막은 무너진 백화점처럼 처절하고 허망하다. 백화점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 정아가 그 역사의 광풍 속에 숨죽여 살아온 일반 민초들의 딸로 정갈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것은 작가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기를 바라고 또 그래야 한다.

죽음과 삶의 교차로에서 비록 공수표일망정 박선녀 사모님이 던진 후한 약속에도 필요없다는...자기의 선물은 스스로 만들어 받는 것이라는 정아의 대답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놀라울만큼 새롭다.

내게도 아직 강남몽처럼 황금에 대한 신기루같은 공짜심리가 박혀있는걸까.

80년대로 돌아간다면 강남땅을 모두 사고싶은 이 마음이라니.....

정아의 대답앞에서 순간 부끄러워졌다고나할까.... -///-;;

 

책은 재미있다. 다만 인물들에 대한 경중이 달라서 통일감이 떨어진다. 특히 두번째 김진에 대한 챕터는 너무나 길어 집중력이 흝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인 강남이 형성되던 그 질풍노도의 역사를 되짚어보기에 너무도 흥미진진하고 사실적이다. 황석영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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