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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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름대로 우리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꽤 크다. 백자의 아름다움, 첨성대와 수원성의 과학, 중국도 따르지 못하는 경복궁의 아름다운 세세함과 숨겨져 있는 설계의 과학성...등등 우리 나라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유적들에 대해 배워왔다.

그리고 이 작은 나라가 역량이 큰 반면에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 침략전쟁 한번 먼저 저지르지 않고 지냈으며 그걸 모르고 중국에서 수백만 대군으로 덤비면 적은 군사로 뛰어난 계책으로 이기며 스스로를 지켜왔다고 그렇게 배우고 믿었다.

 

그 믿음이 그 민족주의적인 자부심이 언제부터 깨졌더라...

초등학교때부터 자랑스레 교육받던 동방예의지국..사실은 그 단어가 중국 입장에서 변방의 작은 나라가 자신들에게 예의 잘 지킨다고 칭찬하는 의미로 썼던 거라는걸 안건 오래되지 않는다.

경복궁을 산책하며 느꼈던 고고한 아름다움은 북경으로의 여행때 자금성을 돌아보며 그대로 깨졌다.

이러니 속국이었지..이러니 못 이겼지...그 거대한 스케일 앞에서 작디작은 내나라의 크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처음엔 자괴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건 너무나 자명한 사이즈의 차이를 아무도 얘기해준 자가 왜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내나라가 힘이 없음을 국가와 국가사이에서는 힘이 모든 것임을 작은 나라로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그래도 잘 안된 것을 왜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우리나라는 뛰어난 문화유산을 가진 5000년 역사의  단일민족이란 것만 주구장창 외치게 했는지... 그 답이 이 책에 나와있다고 하면 조금 심한 비약일까.

 

김인숙 작가가 5년을 공들여 썼다고 하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닐만큼 책의 문장은 어느것 하나 심혈을 들이지 않은것이 없다. 첫문장부터 간결하되 무게있는 내공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지금까지와의 역사소설과는 구성도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힘없는 나라의 볼모로 잡혀와있는 세자의 눈물과 한숨이 바로 귀옆에서 들려질듯 생생하다. 그리고 더욱 슬프고 처절한 백성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악역인듯하나 미워할 수 없는 만상과 좋을뻔하다 결국 실망하게 되는 석경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모든 이들에게 사연이 있고 그 사연에 함께 한숨지을수밖에 없다.

특히 나라와 백성에 대한 마음은 조금도 없이 오직 권력을 가진자로서의 존재이유만을 찾아 청이 아닌 명을 쫒는 대신들의 모습은 지금의 정치꾼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어 화가 나다 못해 기운마저 빠진다.

소현세자가 보위에 올랐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이땅의 소현들...그들을 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까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훌륭한 소설이다. 눈물과 힘이 울려퍼지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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