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는 드라마중에 "신데렐라 언니"가 있다. 내용 중에 배우 천정명이 서자로서 아버지에게 그리고 새어머니와 그 가족에게 냉대를 당하는 설움과 외로움을 안고 죽은 친어머니의 무덤앞에서 힘들어하다가 돌아와서는 자신을 맞는 문근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배고파...!" 단지 배가 고파 하는 말이 아니리라...시장기는 너무나 자주 애정에 대한 갈망과 일치한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잘 먹는다는게 중요하다. 혼자 먹는 식사가 부실할수록 내면의 외로움이 커지니까... 그래서 개인생활이 중요시되는 일본과 유럽등에서는 맛을 쫒아 미식여행을 하는 독신들이 많다. 외로움을 음식으로 푸는 고독한 미식가들...! 그런 미식가의 일기를 역시 만화의 나라인 일본답게 만화로 펴냈다. "14세"란 명품만화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렸는데 작가의 이름에 걸맞는 장인만화라고 할까. 컷 하나하나에 실력과 정성이 잔뜩 들었다. 전쟁, 슈퍼영웅, 사랑, 스포츠 얘기도 아닌 독신 사업가의 조용한..때로는 밋밋하다고 할수 있는 생활속 미식일기를 이렇게 만화로 그리는 나라는 역시 일본밖에는 없을 것이다. 어색하게 들어간 낯선 식당에서의 맛있는 음식부터 소멸해가는 낡은 식당의 정성들였지만 사라질게 뻔한 음식...그리고 음식은 맛있지만 주방분위기의 험악함에 화가난 다툼까지... 미식을 주제로,때로는 소재로 하여 하루하루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분위기이다. 조금 심심하다고 할수는 있겠지만 대신 남는 여운이 있다. 만화를 보면서 여운을 가진다는건 대단하다. 일본이니까 가능한 이런 문화를 이젠 우리나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출간된지 15년이 된 만화지만 전혀 오래됬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만큼 작가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실력과 연출은 빼어나다. 그리고 또한 놀란 점 하나는 이 만화를 출간한 출판사 이숲의 부록이다. 고독한 미식가 본편에서 소개된 도쿄의 맛집 가이드라는 얇은 책이 있길래 그저 위치나 알려주겠지 하고 큰 기대없이 봤는데 놀랐을 정도니까. 고독한 미식가에서 나온 음식점들을 출간시점에서 기자(?)가 일일이 찾아다녀 작가의 스토리가 사실인지 그 음식점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인기있는 책을 다시 출간하는 정도가 아니라 부록을 따로 만들어 본편의 의미를 확장시켜주는 정도의 하는 출판사라면 그 존재의미는 확실하다. 어떻게? 책장사를 하는 곳이 아닌 문화를 만들어내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