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다. 목소리도 때때거리고 말투도 이상해서 인기가 영 없었던 담임이 어느날 약간은 수줍게 또 약간은 자랑하고 싶은듯이 자신은 시인이라고 고백했다. 시집도 냈다면서 제목과 구절을 읊는데 선생님이 시인이라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평범한 그녀의 내면에 다른 면이 있다는게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 눈치를 보며 조금은 비굴하고 조금은 허영적이던 그녀의 모습에 자기멋에 시 몇자 들고 나왔구나 하고 떨떠름.. 비아냥 거리던 그때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시절..그때는 왜 그리 모든게 불만스러웠는지..삐딱할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 이해가 가면서도 또한 드세고 반항적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휘청거리던 그 선생의 모습과 그 속에서도 시를 쓰고 싶어하던 마음이 조금은 이쁘면서 안스럽다. 만약 내가 초등학교..그러니까 세상 더러운 때를 알기전..그리고 순수한 동심의 그때, 시를 쓰는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선생님. 사랑을 담아 아이에게 글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게 이끌어주는 선생님...그런 선생님이 어렸을적 내 곁에 있었다면 난 보다 즐겁고 행복한 사람으로 잘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작가 김용택 선생님이 그런 분일것 같다. 어린 아이들의 마음 하나하나 스쳐넘기지 않고 신기해하고 이뻐하며 보듬고 빛내는 사람. 엄마없는 아이..아빠없는 아이의 모습에 어깨흔들며 우는 사람. 빡빡 깍은 머리가 재미있다고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함께 웃으며 마음껏 머리를 만지게 내어주는 사람. 좋은 선생님은 태양과 같은 존재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그 마음이 가득한 시와 글이 편안하고 이쁘며 아름답다. 김세현 작가가 그린 그림들은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작가가 직접 그려도 이렇게 마음을 곱게 담아내기 어려웠겠다. 김용택 작가는 김세현 작가에게 술 한턱 내지 않았을까 . 그가 교단을 떠나게 되어 아쉽다. 하지만 자연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아름다운 글과 바른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