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6학년때인가 담임이 집안의 가훈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솔직히 가훈이 있는집이 많지는 않지 않는가. 우리집도 부모님의 잠깐의 고민후  아주 일반적인 단어들이 나왔다.  "정직, 성실" 어린 내 맘에도 어찌나 밋밋하던지...

 다음날 다른 아이들의 가훈을 보니 대개가 멋들어진 한자성어..게다가 눈물나게 걸출한  어구들이 왜 이리 많은지! 약간은 기가 죽어있는데 그중 한아이의 가훈이 눈에 띄었다.

   "보통사람이 되자"

아니 왠 보통사람? 우린 다 보통사람이 아니기 위해서 이렇게 공부를 하는거 아닌가? 어리둥절함속에 그 아이의 부모님이 작은 청과물상회를 하고 있고 그래서 큰 야망이 없나보다..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 기억이 계속 잊혀지지 않은건 왜였을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늘 성실하고 편안해보였던 그 친구는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그날의 일 때문인지 그다지 친하지 않았음에도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나이들면서 그 애의 아버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느끼게 됐다.   경제개발과 물질만능이 춤을  추기 시작하던 80년대  보기 드물게  주관을 가진 분이셨구나 하고... 그리고 그런 부모밑에서 그 아이가 얼마나 건강하게 자랐을지... 지금은 분명  행복한 어른으로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보통사람이 아니기 위해 1등을 해야하고 돈을 더 벌어야하고 권력을 쥐어야하고...그렇게 헉헉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대다수가 아주 소수..1%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해  살게 되는 현실이다. 그래도 점차 이렇게 평범한 인생,자기만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목소리들이 나오는것 같다.

각종 성공서적이 범람하는 이때 그래도 평범한 당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인가 얘기하고자 하는 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책은 삽화와 더불어 지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문체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우리가 일생동안 얼마나 먹는지 얼마나 쓰는지 사실은 그 양이  많지 않다는것을 숫자로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그래도 많이 가져야겠냐고 은근슬쩍 이성을 자극한다. 어렵고 추상적인 글이 아닌 동화책처럼 편안한 글로로 쉽게 읽혀지지만 나름 깊이가 있다. 소박하고 편안한 소복이씨의 그림들은  작가의 글을  잘 살려주고 있는 이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하지만 개인의 마음가짐에 포커스를 주로 맞춰서 다수를 소수의 들러리로 살도록 만드는 현실의 사회분위기는 가볍게 다루는게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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