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말하다 : 모바일 통신의 문화인류학 - 문화와 트렌드 1 아로리총서 3
김찬호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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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8년 전 쯤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자기는 무조건 휴대폰을 만드는 부서에 지원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휴대폰이 인간 생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본 기능인 전화 기능 이외에도 시계, TV, 카메라 , MP3, 네비게이션, 인터넷, 게임기의 기능까지 하고 있는 휴대폰을 보면 참 식견이 넓은 후배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일상 생활하면서 소유 여부를 가장 자주 확인하는 물품이 지갑에서 휴대폰으로 변한 것만 봐도 요즘같은 황금 만능시대에 돈을 넘어선 유일한 상품으로 생각되는 것은 과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휴대폰을 기능별로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이 책의 분량 만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은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기울여왔던 분야이기도 한다. 반면에 이 책은 휴대폰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인간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분석한 책이다. 휴대폰 자체의 특성에 관한 내용은 없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인간, 사회, 문화에 관한 내용이므로 이 책의 제목이 왜 휴대폰"을" 말하다가 아닌지 또한 이해가 된다.   


 읽는 내내 작가의 세심한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버스 등 공공 장소에서는 대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아주 작은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신경에 거슬린다는 머리글의 내용이었다. 인간은 단절이라는 느낌에 자극되기 때문에 한 쪽의 소리만 들리는 것은 단절된 한쪽 때문에 더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양쪽 귀 막고 자신만이 생각하는 엉뚱한 경제 살리기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정부를 보면서 왜 더욱 짜증이 났는지 느꼈고 자연스럽게 소통의 기술이라는 측면도 생각하게 된다.  
 
 문자 메세지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처음에 휴대폰의 기능 중 문자 메세지 기능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유는 버튼을 누르는 복잡함과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1초에 3000건이 넘는 문자 메세지가 날아간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이 책에선 문자 메세지가 널리 사용하게 된 7가지 이유를 담고 있는데 경제성, 편리성, 보안성, 창조성 등이다. 한편으로는 타당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선 오히려 단점으로 생각될 수 도 있다. 역시 인간의 감성과 문화를 예측한다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업적으로도 글로벌 일류 업체가 판단하는 내용이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소니의 베타 방식의 비디오, 대형 TV 중에서 PDP 등일 것이다. 이런 장치들은 결국 VHS, LCD 에 패하게 되는데 가장 주요한 특성의 장점으로 낙관론이 우세했겠지만 패인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 데 있을 것이다. 물론 주변 환경이나 마케팅의 직접적인 원인도 있지만 PDP의 예를 든다면 동영상 특성은 우수하지만 휘도가 밝은 LCD가  매장에서의 선택 시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은 간과했었다. 베타 방식 비디오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비디오 Tape의 Size가 사람들에게 특성의 단점으로 오인되는 등 인간의 감성 공략에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 인간, 사회에 대한 고찰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낀다.
 

휴대폰이 말한다. 
직업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핑크빛 표지와 더불어 이 책의 제목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휴대폰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이제 인간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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