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를 만든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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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님

김형석 교수님 책이 나와서 바로 읽어봤다. 김형석 교수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자인데 나는 사실 KBS 인간극장 프로그램에 방영될 때까지 교수님에 대해서 몰랐었다. 인간극장에서 교수님의 생활 모습과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작년에 다시보기로 하루에 인간극장 5편을 정주행하기도 했다.

거기서 하신 말씀 중 몇 가지는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가끔 꺼내보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매일을 90퍼센트를 쓰면서 살아라' 란 말이었다. 일할 때 너무 과로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긴장을 풀면 아프기 마련이니 매일을 똑같이 90퍼센트를 쓰면서 살아오셨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101세이신데 건강을 유지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인생의 말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김 교수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보시던 안병욱 교수님 에세이는 몇 권 본 기억이 있지만 김형석 교수님 책은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두 분은 평생의 친구이다. 서문을 보니 20년 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인 것 같다. 내용도 요즘 독서할 시간이 많은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했다.


철학가와 철학 책

이 책은 김형석 교수님 독서 이력의 기록이다. 교수님의 독서 역사를 엿보는 느낌이었다. 한 평생 살아오면서 가르침과 방향이 되었던 책들에 대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도 추천해 준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은 교수님 일생 동안 읽었던 책의 아주 일부분 텐데.. 철학이라는 무한한 학문을 연구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나 보다.

철학자로서 철학에 접근하려면 어떤 순서로 철학자와 철학 책을 연구하는 것이 좋은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나에게 그동안 왜 철학 책이 어려웠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다. 한때 철학자를 꿈꿨던 고등학교 시절 집안 두꺼운 문고집 중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틈나는 대로 읽곤 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시간 낭비였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결국 공대를 나와 연구원으로 지금까지 나름 재미있게 일하며 살아왔으니 후회는 없다.

김 교수 님은 올해 101세이니 학창 시절과 젊은 시기를 일제강점기에서 보냈고 바로 한국 전쟁을 겪었다. 조선 시대로 치면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한꺼번에 치른 셈인데 그 시절에도 독서량과 독서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 보인다. 교수님도 어릴 적 문학책에 나오는 성적 표현을 호기심에 찾아보고 가슴 설렜다는데 동질감도 느꼈다. 나도 학창 시절 때 최인호, 이문열 소설에 나오는 그런 장면만 넘겨가며 찾아보곤 했으니.. 엄청난 동영상이 난무하는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에게는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나는 매년 읽었던 책을 에버노트에 기록해둔다. 보통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영화 한 편보다 두 배 정도 걸린다. 퇴직한 올해 이 책을 읽음으로써 60권을 읽었다. 나는 영화를 안 보기도 하고 책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이 정도인데 작년까지 직장 생활할 때는 1년에 30권 읽기도 쉽지는 않았다. 책 내용 중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김 교수님의 아쉬움 섞인 문장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탁월한 학자나 사상가도 배출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빈곤에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책은 이 구절로 끝을 맺는다.

' 책을 읽는 개인이 지도자가 되며, 독서하는 민족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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