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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말 -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평점 :
은퇴라는 말의 어감
은퇴라는 말처럼 요즘 나에게 민감하게 다가오는 말은 없는 것 같다. 23년 동안 다닌 직장을 퇴직한지 2개월이 지나고 3개월로 접어든다. 퇴직 직후에는 나 스스로 은퇴라는 말도 몇 번 써 봤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퇴직한 것이 아니라 은퇴했으니 축하해달라고도 했다.
퇴직 후 100일이 지난 지금은 은퇴라는 말은 거의 안 쓰게 되었다. 은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은퇴에 대한 콘텐츠를 찾아보았다. 은퇴자는 오랫동안 직장 안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직장에서 나오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과 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걸 알고 나선 후부터이다.
은퇴 후 후회되는 일 25가지
이 책은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되는 일 25가지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25가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그동안 은퇴에 대해 찾아봤던 다양한 매체 즉, 유튜브, TV 다큐멘터리, 책에 대한 내용과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은퇴한 남자 또한 혼자서 요리는 커녕 밥도 못 찾아먹고, 돈도 넉넉지 않으며 직장 속 인간관계도 다 떠나고 가족과는 멀어진 상태로 사는 남자로 보인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인가 보다. 20년 동안 1000명의 은퇴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하니 사실이겠지...
스스로 나에게 주는 업무
나는 직장 다니는 동안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님을 바로 알았다. 오랫동안 회사 업무 내에서 큰 흐름에 맞게 그 안에서 진행했던 것이었다. 퇴직 후 내가 해야 할 큰 업무 흐름도 없고, 보고해야 할 목표도 없으니 낯선 삶의 시작이었다.
나는 요즘 매일 스스로 나에게 숙제를 준다. 자산 관리를 위해 해야 할 일, 알고 싶은 지식 충족을 위해 해야 할 일, 매여있는 시간이 없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 등을 하다 보면 하루가 부족하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책 내용 중 인생의 풍요로움은 감성과 감수성에서 나온다는 말에 동감한다. 절대적인 수치는 내가 최고일 수 없으나 나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나만이 최고일 수 있으니.. 이것을 알기까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