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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게임 - 심리 편향에 빠진 메이저리그의 잘못된 선택들
키스 로 지음, 이성훈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잊고 싶은 문제가 있거나 나를 바로 세울 수가 없을 때 야구장을 찾곤 했다. 야구장의 푸른 잔디 위의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을 보고만 있어도 한 단계 내려놓은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직장에 매여있어 야구장에 자주 가지는 못해지만 야구 시즌이면 매일 경기 요약을 보거나 잠깐씩 경기 중에 스코어나 선수 기록 등을 살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경기 내용을 이해 못 할 때가 많았다. 투수 교체 타이밍이나 대타를 써야 할 때 혹은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등 내 생각과 다를 땐 혼자 흥분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왜 많은 야구 감독들이나 프런트가 심리 편향에 빠져 합리적인 행동을 못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이 책은 야구에 관한 책인지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친 책인지 구분이 어렵다. 야구에 대한 책이라고 하기엔 경기에 관한 스토리가 적고, 심리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엔 야구에 대한 내용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야구도 좋아하고 사람들의 편향적인 특징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에겐 매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이 들어있어 재미있게 읽어보았다.
책에 나온 심리 편향에 빠지는 예로써 가장 공감 가는 것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심판의 편향이었다. 사실 이런 판정의 논란은 AI 심판 도입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근본 원인은 심판들이 볼 판정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바로 전 판정에 근거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아무래도 선수들의 판정에 대한 불만과 애매한 볼에 대한 기존의 판정이 다음에 올 공에 대한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일반적인 야구에 대한 속성들, 즉 가장 잘 치는 타자는 3번에 배치한다는 것, 바로 전 시즌에 잘 했던 타자는 다음 해에도 잘 할 것이라는 믿음, 우승을 경험했던 감독은 유능한 감독이라는 일반적인 생각, 선수의 성적이 다음 타자에 강약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야구계의 정설들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반박하여 소개하여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현실 야구로 돌이켜보면 올 한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를 표방한 모 감독이 취임한 야구팀을 응원했지만, 결과는 8위로 끝났다. 야구는 물론 확률의 경기라지만 데이터에 의존한 또 다른 정형보다는 확률적으로 증명은 안되었더라도 오랫동안 내려온 야구계의 속성이 더 경기를 재미있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