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치료의 철학적 지평
김영필 외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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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철학, 철학상담, 철학치료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새로운 학문이 있다. 프로이트 심리학이 과학주의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학주의적 치료모델만으로는 정신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전제로 이런 철학치료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상에서 실제 정신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볼때 과연 그런가하는 의문이 드는데 왜냐하면 의학영역에서 행해지는 정신치료라는건 사실 건강한 사람을 더 건강하게끔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비건강의 영역에서 행해지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건강과 비건강을 나누는 기준은 물론 의학적 기준을 따른다. 의학적 기준을 떠나 비건강을 정의하자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따라서 철학적 치료의 대상은 인간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그럴 경우 과연 여기에 치료라는 단어가 적절하겠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의 교육, 종교 행사, 어른의 말씀 등 치료 아닌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내가 아마 임상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치료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치료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은 현상학, 탈구조주의 이론과 같은 서양철학과 선, 주역, 장자, 화엄사상 등의 동양철학이 갖는 정신치료적 의미를 탐구한 책이다. 프로이트의 학문이 철학적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데 프로이트 심리학은 철학이 아니라 의학이다. 질병의 영역을 대상으로 진료실에서 행해지는 치료에는 꼭 철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세포와 세균을 다루는 신체의학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의학이므로 철학적 사고가 뒷받침된다면 마음을 가진 인간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요구가 철학을 치료영역으로 점점 끌고 들어오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은 그런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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