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제목일 것이라 감히 주장해본다. 국내 소설만큼은 잘 읽지 않던 나도 알고 있었던 제목이었고 당대 최고 스타인 고 최진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으니. 무엇보다 고급스럽게 도치법을 구사한 유려하면서 자극적인 문장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이 소설이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과 ‘모순’을 쓴 양귀자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어 구매를 했다. 하지만 왠지 읽는 것을 계속 망설이게 되어-페미니즘 소설이었기 때문에?-한동안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가 마침 생긴 잠깐의 휴가를 이용해 읽기로 마음먹었고,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한숨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보았을 것이리라.재력과 매력을 갖춘 젊은 여자가 여성들이 억압당하고 차별 받는 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당대 인기 절정의 남자배우를 납치, 감금, 조종하여 여성들이 완벽한 이상향인 이 남자가 사실은 얼마나 추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냄으로써 부조리의 전복을 꾀하고 여성해방을 실현하려는, 지금 출간되어도 파격적이고 놀라운 스토리 때문도, 양귀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엄청난 문장력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빠진 것은 강민주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타고난 인간적 매력을 쥐고 편하게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지독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장독대 뚜껑을 던질 정도의 남다른 비범함과 정의감이 있고, 일생의 목표를 선정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단계를 차분히 밟아 가는 이성과 냉정함이 있으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반한 남자를 가스라이팅하여 지배하고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박살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비윤리성과 잔인함을 지닌, 피카레스크식 안티히어로 그자체이다.그녀의 캐릭터가 그토록 증오해 마지 않던 남성들의 또다른 이상향인 피카레스크적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사회나 의식의 발전상이 정반합의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극단적인 처방은 페미니즘의 실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아직도 페미니즘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가짜들이던 진짜던 간에-작금의 현실 하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된것을 #양귀자 #도서출판쓰다 #페미니즘 #한국문학 #서평 #영화원작 #한국소설 #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