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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저는 평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을 상업적인 의도를 다분히 가진, '어린이를 위한 성인물'과 같이 모순된 캐치프라이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니까 어린이는 보면 안된다는 건지? 분량에 따라 낮아져야만 하는 가격을 '성인용'으로 포장해서 이문을 남기기 위한 건 아닌지? 라는 편협한 사고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저의 평소의 이런 생각은 '류츠신'이라는 이름으로 한방에 파훼당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잠꼬대라도 수집하고픈 것이 팬의 욕망이기 때문에 내 가치관과 상반되는 이 책을 읽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또다른 모순과 함께, 인플루엔셜에서 주신 좋은 기회로 그의 이 짧은 글을 깊이 생각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동쪽 외로운 섬에 매일매일 세상의 낮을 밝히는 일을 하는 불지기 노인이 있었습니다. 샤샤는 그를 찾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불치병을 고쳐달라고 부탁합니다. 불지기 노인에게는 모든 사람이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하늘의 별의 위치가 적힌 책을 가지고 있으며 빛을 잃어 그 주인의 생명을 다하게 하는 별을 수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노인을 찾아온 것이었죠. 노인은 자신의 일을 물려받는 것을 조건으로 샤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둘은 어느날 밤, 고래 이빨로 만든 로켓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배를 타고 샤샤의 애인의 별까지 나아가 별을 깨끗히 닦아냅니다. 그럼으로서 그녀는 병을 치유하게 되었지요. 샤샤는 노인에게 찾아왔던 다른 이들과 달리, 소원을 이루고도 노인을 떠나지 않고 그의 뒤를 이어 불지기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자연의 각종 현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평생의 수고로움으로 작동한다는 내용 말이죠. 이전의 사람들의 상상력이 펼쳐냈고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설화이나 지금은 말 그대로 지적 수준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의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이 동화에도 그러나,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고 실제 우주의 과학 법칙에도 기본적으로 부합하는 가상의 우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류츠신은 입증해냈습니다. 사람에게 모두 하나씩의 별이 있다거나, 이 별에 다른 별의 폭발 등으로 묻은 먼지가 끼어 빛을 잃으면 그 사람의 목숨이 다한다거나, 초승달에 올라타기 위해 고래 뼈로 만든 로켓을 타고 날아간다거나, 초승달을 배로 삼아 우주의 바다를 노를 저어 간다거나, 이 별에 묻은 먼지를 닦을 수 있다거나, 바다 한가운데에서 떠오르는 빛이 없는 태양에 고래기름을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해서 세상의 낮을 밝힌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읽는 이로 하여금 사실로 여기게 만드는 그의 능력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실성이 힘을 얻을수록, 그 이야기에 담긴 교훈이나 진리도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류츠신이 이 이야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으며 서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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