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상한 풍경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원인은 정오의 해 때문에 사진에 그림자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그림자가 막상 사라지니 그 필요성과 부자연스러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현상의 이면’은 꼭 필요한 것임에도 우리는 이를 외면하며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영광에 취해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간이란 간사한 존재이니, 허물은 감추고 공은 최대한 드러내도다.제발트는 그 누구도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 ‘어둠의 가장자리’의 이런 민 낯을 파헤쳤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습니다.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가해자는-늘상 하던 그 레파토리대로-침묵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피해자 또는 아무 상관없이 없는 제3자들 뿐인 절망적인 상황에서 제발트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지한 성찰을 시작했습니다.제발트는 섬세한 감정과 시상을 연상케 하는 문제와 시니컬한 조소를 사용하여 유럽이 고향이나 어떤 이유로 타향살이를 하게 된 네 명의 이민자들의 삶의 궤적을, 나름의 업적과 부를 쌓았음에도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향수병을 평생 앓고 살아왔으며 결국 그 그리움의 늪에 삶을 잠식당하게 된 그들의 고통의 인생을 그려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생경하고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과 허구를, 특히 작가 본인과 관련된 사실을 교묘하게 섞고 허구를 사실로 믿게끔 만드는 출처가 표시되지 않은 낮은 해상도의 사진들을 요소마다 배치한 방식입니다.그 자신이 ‘산문설화(prose narratives)’라 명명하여 개척한 이 장르는 사실을 허구처럼, 허구를 사실처럼 만드는 극적인 효과를 주어 이야기를 구전 설화와 같이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에 한없이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가 새로운 기법을 만들면서까지 천작했던 것은 ‘역사의 치부’였습니다. 인류가 저지를 과오를 그 자신의 탁월한 작품을 통해 정면으로 응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죠. 그를 추종하는 소위 ‘제발디언(Sebaldian)’이 늘어날수록 인류의 성찰과 자정능력은 계속 커져만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말이죠.*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이민자들 #창비 #wg제발트 #제발트 #서평 #문장수집 #소설 #문학 #독일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서관 #도란군 #도란군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