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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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인정을 갈망합니다. 아기의 밥투정과 정치인의 대권도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면서도 시기하여, 그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타인이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진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가짜 ‘진짜’가 되면 모두를 속일 수 있다는 유혹 말입니다. 원래는 사전적으로 ‘진짜’를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언제부턴가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변용되더니, 이제는 모두를 속이는데 성공하여 이 변용이 ‘진짜’가 되어버린 ‘혼모노’라는 단어처럼 말이죠.



표제작 ‘혼모노’는 진짜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가짜’ 무당 문수와 ‘진짜’ 무당 신애기의 대립의 서사를 취하고 있습니다. 무당 문수는 모시던 신령인 ‘장수할멈’이 앞집에 이사온 신애기에게로 옮겨갔고, 자신은 더 이상 신내림을 받지 못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신령의 부재로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좌절한-영험한 무당이 되기 위한 평생의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었음에-문수는 어떻게든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가짜 무당이나 하는 ‘오늘의 운세’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며 자존심을 세우면서도 발바닥이 베일 것이 두려워 굿에 쓰일 날이 없는 가짜 작두를 구입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 끝내 폭주하게 됩니다. 신애기의 굿판에 난입하여 진짜 작두 위에 올라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자신은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진짜와 가짜의 대결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기도 합니다.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의 화자인 나는 유명 영화감독의 진짜 팬 무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윤리적 자아와 사실로 밝혀진 그의 추문까지 함께 부정합니다. 그러나 그가 사죄하자 찐 팬은 아무렇지 않아 함에도 나의 양심은 터져 나가면서 어디까지 가야 진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들죠.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서는 건축주인 국가의 의도에 완벽하게 부합하여, 그 안에서 심문을 당하는 대공 용의자들이 한껏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 것을 자백할 있도록 냉혹한 설계를 한 구보승의 일생을 추적합니다. 그는 합목적성이 ‘진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 걸까요?



배우이자 출판사 대표인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추천사는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일조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 저조차도 이 말 때문에 구매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기대가 너무 큰 탓 일까요. 전술했던 세 작품 외의 나머지 작품들은 솔직히 말하면 ‘넷플릭스’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 같이 넷플릭스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는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박정민 대표님이 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넷플릭스보다 더 훌륭한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좀 소개시켜 줬으면’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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