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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3월
평점 :
엄청나게 강력한 인수공통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가까스로 치료제를 개발한 인류 외의 거의 모든 동물들이 멸종됩니다. 강제로 채식주의자가 된 인류. 그러나 인류의 육식에 대한 강한 갈망의 본능은 일본의 후지야마 히로미라는 정치인에 의해 클론 인간을 사육해 육식을 한다는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해소됩니다. 윤리적인 문제는 반드시 고객의 DNA를 이용해 배양한 클론 인간을 식용 동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즉, 클론 인간을 인공 수정시켜 키우고 도살한 다음 머리를 잘라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죠. 사체 하나 당 샐러리맨 평균 연봉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인육을 통한 단백질 섭취는 고가의 가격으로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었고 일부의 반대에도 이 시스템은 정착되는 듯 보였습니다. 클론 인간 사육을 주도한 국회의원 후지야마 히로미의 집에 ‘고기 뿐만 아니라 뇌수도 함께 먹는게 어떻겠냐’는 협박장과 분명히 잘라서 폐기되었어야 할 머리가 함께 배달되는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클론 인간을 생산하는 회사인 만복산업의 제2플라나리아 센터의 처리부에서 근무하며, 배달 테러 사건 당일에 머리를 해체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주인공 시바타 가즈시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그는 자신의 또다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만 하는데, 자신의 집 지하에 몰래 빼돌린 클론 인간을 사육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요? 클론 인간 사육을 반대하는 NGO 활동가? 후지야마 히로미의 정적? 주인공에게 원한을 가진 누군가?
이 소설은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대가 시라이 도모유키의 데뷔작입니다. 특수설정 미스터리란 일본 추리 소설의 한 장르로, SF, 환타지 장르 등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전제로 한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데뷔작부터 인간을 먹고, 잘린 머리를 배달하고, 클론 인간을 학대 사육하는 내용이라니, 역시 작가는 악마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특수 ‘설정’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이후의 작품보다는 좀 약한 면이 보이는데, 클론 인간을 고기로 섭취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윤리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말이죠. 거듭되는 반전과 복선이 소설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이상의 스토리나 설정을 밝히는 것은 곤란합니다만,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클론’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결말을 본다면 제 말이 이해가 갈 것입니다. 도모유키의 작품 중 ‘순한맛’으로 취급되는 이 소설을 읽고 ‘특수설정 미스터리’에 본격 입문해 보시겠습니까?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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