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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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선사 이래로 인류에게 ‘이야기’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도구 중 하나이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 중 노아의 방주로 대표되는 전세계의 ‘대홍수 설화’와 같이 복붙 수준으로 유사한 것도 참 많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그게 그거죠. 그렇다면 이런 상상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장 유명한 탐정 소설 중 하나인 셜록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가 우리 나라의 역사에도 있지 않았을까?

 

살인 사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한 강력 범죄이며, 한민족 중에도 홈즈와 같이 걸출한 천재와 왓슨과 같이 충직한 친우이자 의술가가 있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매 이 조선판 홈즈는 팔도 제일의 머리 좋은 양반 허균으로, 한번 맛보는 것만으로 식재료 뿐만 아니라 양념까지 구분하는 절대 미각의 소유자이자 맛있는 음식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비는 탐식가이자 탐정으로, 그의 곁에는 구암 허준의 수제자였건만 산 자의 맥과 혈을 찾지 못해 죽은 자를 보는 의원이 된 ‘재영’과, 과감하고 눈치 100단인 찬모이자 다모(조선시대 여경)인 ‘작은년’이 있으니, 조선제일탐정 허균이 조선 반도를 뒤흔든 이른바 ‘화왕계’ 연쇄살인 사건을 어찌 해결하지 못할 리가 있으랴?

 

소설은 주인공 식탐정 허균이 조선 반도 양반이라면 누구나 품고 싶어 했던 인기절정 기녀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여러 모로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허균이 홈즈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가 먹는 것에 진심인 탐식가라는 것이죠. 소설 곳곳에서 그가 펼쳐 보이는 조선 시대 음식에 대한 집요할 정도로 해박하고 디테일한 지식은 처음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졌으나 그가 이를 사건의 단초, 나아가 결정적인 증좌로 절묘하게 풀어내는 것을 보게 되면 ‘역시 조선 제일 천재!’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식(食)이란 것은 인간의 필수적이자 반복적인 행위로 죽은 자가 먹었거나 현장에 남겨진 음식을 통해 사인을 파악하는 것은 실제로도 활용되는 방법이니 허균이 추리에 음식을 활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의 추리에 있어 음식의 비중이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그의 엉뚱하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의뭉스러운, 독특한 캐릭터를 강조하고 나아가 다채로운 한식의 향연을 펼치는데 기여할 따름인데, 이런 점은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연관이 없어 보였던 기이한 살인 사건들이 허균의 명쾌한 추리로 점차 거대한 음모의 일부분 이었음이 드러남과 동시에 ‘홍보 책자나 요리책을 연상시킬 정도의 디테일한 ‘K-푸드’ 요리법과 재영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을 허균이 번번이 골탕을 먹이는 장면들과 맛깔난 전라도 사투리로 할말은 하는 작은년의 당돌함이 콜라보되니, 이게 바로 웰메이드 우당탕탕 좌충우돌 추리 활극 K-드라마가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작품은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을 소설화 한 것이고 드라마 제작도 확정지었다고 하니, 틀린 말이 아닌 셈이 되네요. 작품에 잘 어울리는 배우만 캐스팅된다면 꾸준히 이어지는 ‘인기 퓨전 사극’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데, 제 나름대로 한번 캐스팅을 해 보자면, 허균 역에는 이제훈 배우, 재영 역에는 조정석 배우(둘의 역할을 바꿔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작은년 역에는 김세정 배우를 추천합니다! ‘식탐정 허균’이 드라마로 방영되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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