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똑바로 누워 윌을 생각했다. 그의 분노와 슬픔을 생각했다. 윌의 어머니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내가 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얘기. 눈발이 창밖에서 황금빛으로 날리던 그날 밤 ‘몰라홍키 송’을 듣고 웃음을 참으려 해쓰던 그를 생각했다. 따스한 살갗과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 손, 살아 있는 사람. 내가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 아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보다는 훨씬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의 그 손을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머리를 베개에 묻고 울었다. (p.193)

“혹시 이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 얼굴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특유의 웃음. 목이 어꺠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다는 건 오로지 당신뿐이라는 거.” (p.412)

나는 생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했다. 몸을 기울여 그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그는 짧은 순간 망설이는가 싶더니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걸 잊었다. 수백만하고도 한 가지 더 댈 수 있을, 이래서는 안되는 이유를 내 모든 두려움,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 나는 그에게 키스했다. 그의 살냄새를 맡고 손가락 끝으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흝었다. 그가 내게 키스하자 이 모든 것도 다 사라지고 그저 윌과 나만 남았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에 단둘이. 수천 개의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이렇게 단둘이. (p.497).


고등교육까지는 받지 못한 카페 종업원, 남들은 독특하게 여기지만 본인은 확고한 패션 취향, 실직 위기에 처한 중년의 아버지와 타고난 머리에도 뜻하지 않게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된 동생, 병든 할아버지 등 대가족을 부양하는 의무를 가진, 나고 자란 영국 시골 마을을 평생 벗어나 본 적 없는 26살 여성,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알 수가 없게 된, 그러나 언제나 친절하고 쾌활한 그녀의 이름은 루이자 클라크입니다.
그녀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바로 자신이 6년동안 일했던 마을 유일의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것. 그녀는 곧바로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조그만 관광지 마을에서 이는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죠.. 좌절하던 루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자리는 전신마비 환자의 ‘임시 6개월 간병인’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녀는 높은 시급을 주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한 오만한 젊은 사업가, 온 세상을 여행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맨, 매력적인 약혼녀와 상류층 친구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자유를 뺏긴 남자. 평생을 휠체어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지마비 환자, 그의 이름은 윌 트레이너입니다.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사람이 식사조차 혼자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가족과 달리, 윌은 이 고통을 끝내기만을 원합니다. 가족은 안락사를 결정한 윌을 겨우 설득해 6개월의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나타난 새로운 간병인, 그런데 그녀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형형색색의 우스꽝스러운 패션, 어색한 미소, 썰렁한 농담… 그는 곧 마무리될 자신의 인생을 스쳐 지나갈 뿐인 그녀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각자의 목표-한 사람은 돈, 다른 한 사람은 죽음-를 위한 여정 중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할 수가 없습니다. 냉소와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그 앞에서는 아무리 성격이 좋은 루이자라도 참아내기 힘들고, 이미 죽기로 결심한 윌에게 임시 간병인인 그녀는 눈앞을 어른거리는 날파리와도 같이-하지만 손을 휘둘려 쫓아낼 수도 없는-어떠한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그들은, 당시의 자신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깊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것. 루이자는 고단한 삶에서 비롯된 자기 결정권을 상실하며 사회적으로, 윌은 끔찍한 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된 재활 불가능 환자가 되며 신체적으로 낙오했습니다. 그들은 서서히 서로가 비슷한 부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견뎌내기 힘들었던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즐거워지고 그렇게 그들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6개월뿐. 루이자와 윌의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예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보았었는데, ‘시한부 환자와 간병인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스토리라인만 기억나고 그 둘의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로맨스 소설’답지 않은 의외의 엔딩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 비포 유’를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로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은 이 반전의 결말을 두고 ‘평범함’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얄팍한 장치라 비판하지만, 저는 다르게 이야기하렵니다. 루이자와 윌이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라구요. 그들은 트라우마로 상실했던 자기결정권을 각자에게 진심을 담아 선물했고, 기쁘게 받았습니다. 소설은 두 사람이 내린 결론에 대해 독자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로맨스 소설의 기본 공식을 모범적으로 구사하며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소설이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시리즈도 꼭 읽어 보고 싶네요.

#미비포유 #미비포유원작 #조조모예스 #다산책방 #안락사 #소설 #문학 #로맨스소설 #책 #책리뷰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서평 #서평단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