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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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능동적 원인'이야말로 유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을 통한 진하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리고 유전자가 생물에게 쓰 이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생물을 이용한다. 유전자는 생물을 임시 탈것으로 이용 이용하며, 미래 세대로 옮겨가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는 사소한 견해 차이, 결코 단순한 단어 게임이 아니다. 근본적인 차이다. 중요한 문제다' (p.244)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및 동물행동학자, 유명 과학저술가, 유전자(gene)과 같이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문화/사회적 단위 ‘밈(Meme)’의 창시자, 진화론의 기수, 신다윈주의의 선봉장, 다윈의 롯트와일러(투견), 창조론자의 재앙, 전투적 무신론/회의론자…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명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 많은 수식어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윈의 롯트와일러(투견)’입니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어언 200여년, 교황청조차 인정한 진화론과 아직도 기싸움 중인 창조론자들을 말 그대로 ‘흠씬 두들겨 패는’ 통쾌한 그의 글빨은 언제 봐도 유쾌/상쾌/통쾌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신’에서 이 기분을 더욱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창조론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원수인 존재인데, 막상 본인은 ‘자신은 공격적이지 않으며,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하니까 대응할 수 없는 상대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것일 뿐’이라는 광역 도발을 했었죠. 심지어 그는 같은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와도 진화에 대한 각론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생 대립각을 세우며 그를 대차게 깠습니다. (물론 그들은 상호 발전적인 관계의 좋은 학계 동료이기도 했죠)

도킨스는 진화론의 영역에서도 매우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자연선택이 유전자 수준에서 작용하며, 진화는 거의 일정한 속도로 일어나고, 생명체가 획득하는 형질 대부분이 자연에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죠. 최근에 주류 인터넷 ‘밈’으로 자리잡은 ‘유전자 만능론’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무려 40년도 전에 생명체는 유전자의 탈것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 설파했습니다. 지금 보아도 여전히 급진적인 이 주장이-동시에 창조론자들의 부아를 치밀게 만드는-당시에는 얼마나 파격이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다윈 생전의 사람들이 ‘인류가 원숭이의 조상’이라는-진화론의 대한 오해와 무지로 빚어진 촌극-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주장이죠. ‘인간은 유전자의 노예!’

이렇듯 평생을 저작과 강의 등을 통해 진화론 진영의 선봉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던 리처드 도킨스가 최근에 신작 ‘불멸의 유전자’을 출간하였습니다. 만년이 되어 덜 공격적이 된 것인지, 그는 이 저작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생존 기계’, ‘탈 것’ 등의 자극적인 표현이 아닌 ‘사자의 유전서(genetic book of the dead)’라는 멋진 용어로 설정합니다. 그는 그간의 주장을 요약 발전시켜, 생명체는 자연선택에 의해 아직 쓰여지고 있는 한 권의 책으로서, 이 책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쓰임이 없지만 한때 조상들이 가졌던 유전자가 기록된 유전자 역사의 보관소이자, 미래는 과거나 현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가정하에 후손에게 남겨질 미래의 유전자의 예측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도킨스는 그간의 저작에서 펼쳤던 여러 주장들을 종합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쓴 듯하며, 여전히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문체와 새로운 시각과 비유,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생물의 사례, 이해를 돕는 유려한 일러스트는 이 책을 가히 ‘도킨스 저작의 끝판왕’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아이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사자의 유전서’를 물려주었고, 그럼으로서 진정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라구요? 그러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 이 글은 도란군의 서재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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