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믹 - 세기말 탐정신화 JDC 월드
세이료인 류스이 지음, 이미나 옮김 / 비고(vigo)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1994년 새해, 일본의 언론사와 경찰청, JDC(Japan Detective Club)에 일제히 ‘범죄예고장’이 수신됩니다.

‘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당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밀실경‘

그리고, 정말로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당합니다.
수만 군중 한가운데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신칸센 화장실에서, 스키장 곤돌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 ‘밀실경’은 자신의 약속대로 하루에 3~4명을 참수합니다.
무작위의 범행 장소와 시간, 불가능한 방법, 사라진 흉기, 불특정의 희생자,
‘연쇄’가 아닌 ‘연속’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무차별 살인’

이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사건에 경찰과 일본 최고의 탐정집단 JDC는 속수무책으로,
일본 전역은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게다가 영국에서도 자신을 ‘잭 더 리퍼’의 현신이라 자처하는 ‘재키 더 리퍼’가 하루에 4명을 토막 살인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영국을 합쳐 하루에 7~8명, 한 달이 지속된다면 무려 2백여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JDC 총재이자 전세계에 7명뿐인 S급 탐정 ‘아지로 소지’에게 ‘1200년 밀실전설’이라는 제목의 원고가 도착합니다.
그 내용은, 과거 일본의 헤이안, 에도 시대에도 밀실연속살인사건과 같은 사건이 존재했었다는 것.
그렇다면 밀실경은 이 사건의 모방범인 걸까요?

영국의 ‘재키 더 리퍼’가 과거 ‘잭 더 리퍼 사건’의 모방범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미스터리인 이 사건들은 전세계인들에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천명이 살해당하는, ‘코스믹(우주적)’ 스케일의 재앙으로 다가옵니다.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이 우주적 재해에 대항하여 JDC은 과연 밀실 트릭을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본서는 1996년 출간 당시 호황기였던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발표 즉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내에서 ‘역사상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포스트모더니즘 장르 문학’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전위적인 스타일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1000페이지라는 압도적인 분량과 비범한 목차 구성, ‘밀실 #’라는 소제목을 달고 기상천외하다 못해 창의적이기까지 한 수십 가지 밀실 살해 방법을 디테일 하게 묘사한 사건 일지, 소설 중간에 뜬금없이 삽입된 것처럼 느껴지는 일본 전통 시들, 소설의 말미의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당신은 사건의 진상을 절대 파악하지 못할’거라는 ‘도발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에 대한 상식과 그 궤를 매우 달리합니다.
또한 전통 장르 문학의 기법을 벗어나서 독창적이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한 ‘막 나가는’ 세계관과 스토리, 쉴 틈없이 나오는 언어유희와 고난이도의 암호 해독, 격투 게임 캐릭터처럼 추리와 관련된 낯간지러운 이름의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는 주요 등장인물들-예컨대, 전화로 여러 사건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전화 탐정’, 사건 해결에 필요한 데이터가 모두 취합 되면 즉시 진상을 깨닫는 ‘신통이기’, 객관적인 데이터와 통계로 추리하는 ‘통계탐정’, 잠재의식 탐구를 통한 하늘의 계시를 받는 ‘잠탐추리’-등은 이런 류의 소설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건의 해결’만큼은 명확하다는 사실입니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결말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어떤 트릭이 사용되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각양각색의 밀실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만큼은 모든 독자가 합심하여 ‘유레카’를 외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1천 페이지를 읽은 수고에 대한 보상, 넘쳐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일본에서 환생한 제임스 조이스가 쓴 ‘라이트노벨 버전 피네간의 경야’와도 같은 이 소설, 읽어보시겠습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은 절판되어 도서관 대여를 통해서만 보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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