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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서 그는 검시관에게 자신의 자살 이유를 설명해놓았다. 그는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p. 88)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과거, 조 헌트 영감에게 내가 넉살좋게 단언한 것과 달리,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p .101)
남은 평생 머릿속에서 맴돌게 될 그 말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맺지 못한 채 끝나버린 에이드리언의 문장도 함께. ‘그래서 예를 들면, 만약 토니가’. 나는 안다. 이제는 바꿀 수도, 만회할 수도 없음을. (p.254)
<우리의 기억은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이야기의 배경은 1960년대 영국입니다.
주인공 토니는 1960년대 영국의 남학생인데, 같은 학교 두 명과 절친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나이대에 흔한,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따위의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지적 허영심이 가득한 무리였죠.
그러다 전학생 ‘에이드리언’이 패거리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진짜배기 천재였고, 주인공을 포함한 모두가 그를 부러워하고 인정했습니다.
학창 시절과 그들의 허세가 함께 끝나고,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갔습니다.
성적이 우수했던 에이드리언은 케임브리지 대학생이 되었죠.
토니는 대학교에서 여친 베로니카를 사귀게 되고,
외딴곳에 있는 그녀의 집에 초대받아 여친의 가족과의 어색한 주말을 보냅니다.
토니에 대한 가족의 태도는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지만, 토니는 잘 대응합니다.
이후 토니와 베로니카는 섹스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다툼 후 헤어짐이라는 흔한 연인관계의 결말을 맞이하고,
몇 년 후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사귀어도 되냐는 편지를 받습니다.
토니는 상처받았지만 ‘본인은 모든 것을 유쾌하고 즐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둘을 인생에서 지워버리죠.
그러던 어느날 토니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유서에 ‘자유인은 자신의 삶의 본질을 탐구할 철학적 의무가 있으며, 또한 그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적었고, 토니는 그의 결단에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어드넛 토니는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 하나를 낳고 노인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인생이었습니다. 죽은 베로니카의 어머니로부터 현금 500파운드와 두 개의 문서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문서는 하나는 그녀의 토니에 대한 사죄의 편지, 다른 하나는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이었습니다.
베로니카의 어머니는 일평생 단 한번 만났던 딸의 남자친구에게 이런 유산을 남긴 걸까요?
토니는 필사적으로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결국 베로니카와 만날 결심을 합니다.
토니의 일생은 그의 회고와 달리 무언가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노력하지 않으면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는 인간의 기억은 얼마나 거짓되고 왜곡되기 쉬운지 잘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충격적인 반전과 묵직한 울림이 있는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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