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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ㅣ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평점 :
월터 테비스는 할리우드의 신성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퀀스 겜빗’의 원작 소설 작가로 국내에 처음 알려졌는데, 퀸즈 겜빗과 본서를 포함 무려 네 작품이나 영상으로 각색되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소설가입니다. 드라마 공개 이후 국내 번역되었던 퀸즈 겜빗과 본서를 포함한 그의 대표작 5편 시리즈를 신생 출판사가 야심차게 내놓았으나 큰 주목은 받지 못했습니다. 국내 SF 장르 문학 저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그 유명한 듄 시리즈조차 모든 책의 알라딘 기준 세일즈포인트를 모두 모아도 10만점이 안되는게 현실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릅니다.
핵전쟁으로 절멸의 위기에 처한 행성 안테아에서 남은 자원을 쥐어짜 간신히 만든 1인용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안테아인 뉴턴. 그는 안테아의 우월한 기술과 지식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부를 쌓은 후, 이를 이용해 우주선을 건조하여 안테아인들을 멸망 위기의 행성으로부터 지구로 탈출시키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지구에서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과 강한 중력과 태양광에 극도로 취약한 안테아인의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뉴턴은 오로지 사명감 하나만으로 고향 행성에서부터 오랜 기간 지구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 인간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 수준이 되는 데 성공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큰 부를 축적하여 우주선을 건조하기 시작한 뉴턴은 그러나, 지구에서의 삶이 갈수록 힘겨워만 갑니다. 신체적인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닌, 지구인과의 정신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절망감은 그를 은둔하는 알코올 중독자라는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데… 과연 뉴턴은 얼마 남지 않은 안테아인들을 모두 지구로 데려와 지구인과의 공존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SF의 단골 소재인 ‘퍼스트 컨택트’, 즉 외계문명과 지구문명의 첫 만남은 대부분 두 종류의 양상-적대적인(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또는 우호적인(드니 뵐니브 감독 컨택트) 만남-으로 전개됩니다. 반면에 ‘지구에 떨어진 남자’는 같은 퍼스트 컨택트 장르임에도 외부로 드러나는 두 세력의 갈등이나 협력이 아닌, ‘개인의 심리적 양상’을 주제로 선택하였습니다. 월터 테비스는 외계 문명 속에서 철저히 외부자일 수 밖에 없는 뉴턴의 입장에서, 지구를 이해해보려는 그의 노력이 끝내 좌절되는 과정에서 그가 겪는 심리적 변화와 절망을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시각과 인간적인 묘사로 그려냅니다. 그럼으로 인해 인간보다 오히려 인간다운 뉴턴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인간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아름답고 비옥한 세상에서 당신들이 하려는 짓을 보고 있으면 무척 경악스럽습니다.”라는 말로 인간을 격하게 비난했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에게 의지하고 인간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뉴턴의 경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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