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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SF와 미스터리는 잘 어울리는 장르의 조합입니다. SF는 비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이야기이고 미스터리는 그 반대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SF는 성간 이동 우주선 등 먼 미래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미스터리는 현실의 과거 또는 현재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공포감을 자극하는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낯선 환경에서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한다면-이런 생경한 상황을 작가가 독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읽는 이의 카타르시스는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합은 까다로운 각 장르의 독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작가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킨다면, 장르 문학의 걸작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죠.
‘데드 스페이스’의 주인공 헤스터 말리는 인공지능 전문가로 위성 타이탄 연구를 위해 떠난 우주선에 탑승했다 테러에 휘말렸으나 근처를 지나던 자원개발 회사의 화물선에 극적으로 구조되어 몸의 절반을 인공 기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은 불행한 과거가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천문학적인 비용의 치료비를 갚기 위해 회사에 고용되어 회사가 소유한 소행성에서 보안분석가로 일하고 있으며, 적은 급여로는 지구의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노예와도 같은 삶에 지쳐 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타이탄 연구 우주선에 함께 탑승하여 극적으로 생존하였으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큰 빚을 지고 회사에 고용되어 광산 기지가 있는 소행성에서 시스템관리자로 일하고 있던 데이비드가 보낸 영상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근황을 묻는 대수롭지 않은 내용에 답신을 망설이던 도중 업무 단말기에 새로운 사건이 뜨는데, 그것은 바로 데이비드가 죽음을 당한 사건이었습니다. 헤스터는 자신과 깊은 우정을 쌓고 연구자로 존경했던 데이비드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현장 조사 파견을 자원합니다. 기지의 대원들과 운영을 총괄하는 인공지능을 탐문하고 기지를 살펴보며 진상을 파악하려 하나 조사는 거듭해서 난관에 부딪힙니다. 기지 대장은 현장조사를 월권이라 생각하는지 매우 비협조적이고, 인공지능이 관리하던 데이비드가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의 기록은 비어 있습니다. 과연 헤스터는 데이비드의 죽음과 함께 숨겨져 있을지 모를 거대한 음모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많은 SF 작가들이 이 소설과 같은 SF+미스터리 장르의 조합을 시도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소설로만 한정해봐도 조지 R. R. 마틴의 ‘나이트플라이어’,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등 많은 소설이 있죠. 이중 ‘나이트플라이어’처럼 폐쇄적인 우주 환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마션’, ‘그래비티’, ‘라이프’, ‘에이리언’ 등 SF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닫힌 공간(우주선 또는 우주 기지 등)과 충격적인 사건(조난, 살인, 테러 등)의 조합을 통해 관객이 몰입 가능한 극적인 내러티브와 긴박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데드 스페이스’의 경우 ‘나이트플라이어’와 같은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결코 이 작품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이트플라이어는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적어도 흥행한 상업 영화만큼의 수준과 재미는 보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광의 과거에 갇혀 절망의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 거대한 음모를 밝히다 의문사를 당한 주인공의 친구이자 멘토 등 등장인물들은 스테레오 타입으로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배경이 되는 미래 시대와 소행성 광산 기지 역시 그러하구요. 오히려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낸 기지의 인공지능의 모습이 전형적이지 않으며, 이 부분이 결말 반전의 나름의 키포인트가 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언급할 수 없지만 다른 등장인물처럼 ‘~답지는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읽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구원의 날’이 영화화 중이라는 점이 그의 작풍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작품 역시 여러모로 한편의 잘 만든 상업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오히려 영화의 시나리오로서 더 후한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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