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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평점 :
우리 모두는 사랑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은 사랑하기 때문에 즐겁고 기쁘며, 사랑받지 못해 슬프고 분노하고 증오하며, 사랑하기 위해 욕망합니다. 인간 감정의 궁극은 사랑이며,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살아가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죠. 문학 작품에서도 ‘사랑’은 인기있는 주제 중 하나이며, 지금껏 수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사랑은 ‘인간 모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범한 사랑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작가들은 사랑을 이야기로 만듦에 있어 다양한, 다시 말하자면 ‘비범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시도에는 사랑하는 방법-이를 테면 가학적 성 도착증자의 사랑-이나 결말-이를 테면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바꾸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체를 비범한 것으로 비트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금지된 사랑’, 즉 귀족과 농노의 사랑, 근친 간의 사랑, 노인과 청년의 사랑 등이 그것이죠. 이런 경우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라 할지라도 읽는 이에게 깊은 비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랑의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그들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는 대중의 흥미에 영합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통속적인 것으로 폄훼될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명작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통속적이지 않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오늘 리뷰할 ‘셰리’는 50대의 성공한, 아름다운 위엄을 갖춘 여성 레아와 그녀의 친구의 아들인, 그 철 없음 마저 매력으로 보이게 만드는 치명적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한 20대 남성 셰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회 통념상 용납되지 않는, ‘비범한’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친구로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사이였으나, 어느 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서로 키스를 한 이후 그들은 ‘세상이 뒤에서 수근거리는’ 부적절한 관계의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며 칭얼대는 미청년과, 그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화가 치밀지만 마치 에로스가 육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관능적인 셰리의 자태와 아름다움을 보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그녀는 언뜻 보기에 오히려 다정한 모자 관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곧 시련이 닥치게 됩니다. 레아의 친구-이나 증오하는-이자 셰리의 어머니인 플루 부인이 추문을 덮고 증오하는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의 결혼을 진행시키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에,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그들은 혼란스러워 합니다. 레아는 모든 것을 다 잊기 위해 훌쩍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셰리는 아름다운 신부를 집에 두고 가출해 버립니다. 그래도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언젠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 끝내고 세상이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리라는 결심이 묻혀 있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마주하게 된 레아와 셰리. 그들은 이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게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랬습니다만, 여러분은 이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콜레트는 마지막 장에서 소설 밖에서의 스토리의 통속성에 대한 비판과 소설 안에서의 이들 관계의 부적절함에 대한 비난을, 통쾌하고 속 시원하게 깨 부셔버립니다. 또한 요약된 내용으로 보면 영원히 알 수 없는, 그런 처연할 정도의 아름다움이 레아와 셰리의 기나긴 대화에서 온전히 드러납니다. 흔한 사랑 이야기를 이토록 찬란하며 깊은 울림을 주는 마스터피스로 만든 콜레트와, 또한 이를 지금의 세상에 다시 알린 ‘녹색광선’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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