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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벽 - 상 ㅣ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황성연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5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의 전편인 ‘제왕의 위엄’의 줄거리를 복기해 보았습니다. 켄 리우의 ‘민들레 왕조 연대기’는 초한지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동양의 고전 문학을 서구권에 소개하기 위한 켄 리우의 ‘호걸역(과거 서구권의 생소한 문학을 동아시아의 번역자들이 원문을 현지 사정에 맞춰 자유롭게 변용하던 번역 방식)’의 적극적 활용의 성과물입니다. 제왕의 위엄은 초한지 내용 중 고귀한 가문의 마지막 후예 마타 진두(=항우)의 패전 및 죽음과 공부보다 놀기를 좋아했던 동네 건달 쿠니 가루(=유방)의 건국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던 초한지 줄거리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본서를 포함한 이후의 시리즈는 켄 리우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라 볼 수 있습니다.
종이 동물원’을 읽고 팬이 되었던 SF 장르 독자들이 그의 첫 장편이자 중국 고전을 ‘실크 펑크(켄 리우가 만들어낸 SF 서브 장르. 초한지라는 유명 동양 고전을 주제로 한 ‘실크’와 하늘을 나는 기구와 복잡한 기계 장치의 기술 문명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스팀 펑크의 ‘펑크’를 합성)’로 재창조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전편을 보고 다소 실망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저도 그랬습니다.), 이는 초한지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를 보이며 그 서사성에 있어 극찬을 받았던 후속편인 2~4부가 같이 묶여 나오지 않았던 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평가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성격을 비틀고 기존의 줄거리를 아무리 훌륭하게 재해석했다 하더라도 원본과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2차 창작물의 숙명 때문입니다. 차라리 1~4부 모두 완간된 후 한꺼번에 번역∙출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한번에 모든 시리즈가 나오는게 더 좋겠죠.
폭풍의 벽 상권은 쿠니 가루의 황제 즉위 이후의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들레 왕조의 미래를 책임질 황자와 황녀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개국 공신들의 안정된 제국에서의 활약상, ‘건국’ 이후 정권 안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내∙외부의 위기가 긴박하게 펼쳐집니다. 1부 ‘제왕의 위엄’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역사라는 한계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처럼까지 느껴졌던 인물들의 모습이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령 쿠니 가루는 측근들 앞에서는 여전히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는 황제이지만 제국의 미래를 위해 후계를 내세움에 있어 엄청난 도박을 감수하며, 뛰어난 장수였으나 부족한 정치력과 처세술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명장 한신을 모티브로 한 여성 ‘긴 마조티’는 일국 원수로서의 재능 못지 않은 남성 편력과 정치력을 보이며 한신과는 사뭇 다른 ‘멋진’ 최후를 맞이할 예정입니다. 이는 켄 리우가 인물상을 조성함에 있어 초한지의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되, ‘켄 리우’ 표 오리지널리티를 조화롭게 덧붙인 덕분일 것입니다.
폭풍의 벽 상권의 마지막은 한창인 개국 공신들의 숙청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황제에게 티무 황자에 대한 긴급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끊는 타이밍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작품 소개에서 언급되었던 강력한 외세의 침입을 암시하는 이 결말을 읽고 나니, 반드시 폭풍의 벽 하권과 이후에 나올 3~4부를 꼭 구매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었습니다. 하권까지 포함하여 서평단을 선정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는 독자의 욕심이겠죠. 조만간 하권 서평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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