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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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셀러브리티가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자신의 역량 외에도 코디네이터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와 같이 이들을 음지에서 지원하는 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상의 이면과 같으며, 현상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살인청부업자에게도 이러한 ‘이면의 조력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고 현장을 청소하여 증거를 인멸하는 ‘범죄 청소부’ 말입니다. 오늘 리뷰할 소설은 이를 직업으로 삼은 속칭 ‘마담 B’에게 벌어진, 그녀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에 관한 리뷰입니다.

블랑슈 바르작, 그녀는 함께 살고 있는 양아버지 아드리앙으로부터 물려받은, 의뢰를 받고 범죄 현장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그간 열심히 일하며 모은 돈으로 여생을 평온하게 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지금까지 실패한 의뢰가 한 번도 없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녀는 자신이 청소한 현장의 범죄 행위를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이겠죠. 이것은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죄책감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의뢰를 받고 핏자국을 지우던 그녀가 그곳에 있을 법하지 않은 물건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물건은 피묻은 스카프였고, 그녀는 그것이 20여년 전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유품이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습니다. 유품을 발견한 충격으로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병인 공황발작에 급작스럽게 휩싸이게 됩니다. 비상약을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깊은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자신이 일하는 곳에 이런 의미심장한 물건을 둔 것인지 말입니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석연치 않았던 어머니의 죽음을 풀 수도 있는 열쇠가 될 이 미스터리를 파헤칠 수 있을까요?

추리 소설의 작가는 사건의 범인에 관한 ‘끊임없는 의문과 명쾌한 결말’, 즉, ‘미스터리의해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사실, 이것이 추리 소설의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의문의 경우 이를 위해 작가는 여러 장치를 소설에 삽입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마담B의 직업과 정신병이 그것입니다. 그녀의 직업 특성상 범죄 현장에 접근이 잦을 수밖에 없어 사건에 휘말리기 쉽겠죠. 또한 정신병의 경우, 충격으로 주인공이 공황발작을 겪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그녀의 망상으로 인해 사실과 거짓, 과거와 현재를 마구 뒤섞으며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독자의 시야를 극도로 제한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블랑슈에게 강하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녀의 두려움과 공포도 함께 말입니다.

명쾌한 결말의 경우, 등장인물 자체가 몇 안되기 때문에 범인을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소설의 후반부로 넘어갈 즈음에 대략 두 명으로 좁혀지죠. 설명이 명쾌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다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제가 느꼈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범인에게 좀 더 강한 단죄가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만 빼면 소설의 결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영미권 작가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추리/미스터리 장르소설을 프랑스 작가의 글로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중적 인지도 등에서 이제는 거의 결론이 난 것처럼 보였던 ‘셜록 홈즈>아르센 뤼팽’의 구도가 조금은 바뀔 수 있기를 희망해보며-그래야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이들의 싸움을 지켜볼 수 있기에-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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