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읽을 책들~

놀랍게도 지금까지 국내에 정식번역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원류인 란포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죠. 

다만 동서미스터리북스에
단편 10개를 실은 "음울한 짐승"과 장편소설 "고도의 악마" 단 2권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책들은 오래전에 저작권 계약없이 출간된 것으로서
현재의 수준에서 보면 번역과 편집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전집은 대략 이삽십 권 정도의 분량이어서
한 출판사에서 이것을 모두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란포 자신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의 작품은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낫다고 합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소설을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하여 발표하였는데,
원고청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란포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여 장편소설은 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부는 완결되지 못한 것도 있구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 그의 우수한 단편들을 소개하여 그동안 란포의 작품에 목말랐던 갈증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하여 펴내게 된 것이
치쿠마쇼보筑摩書房가 1998년에 펴낸 3권짜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입니다.
미스터리 비평가이며 프리랜서 편집자인 쿠사카 산조日下三藏의 기획으로
3권에 총 51편의 단편을 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단편집이라고 해서 란포의 모든 단편이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쿠사카 산조는 3권 정도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연작(여러 작가들이 돌아가며 쓴 릴레이 소설)을 제외하고
원고지 분량으로 200매 이내인 작품들을 골라내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을
수수께끼 해결 중심의 본격추리와
괴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변격소설 두 가지로 분류하고,
전자를 다시 원고지 100매 정도의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 3권으로 구성했습니다.

물론 기준은 이렇게 잡았지만 꼭 이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1권에는 란포의 본격추리소설 중 원고지 100매 이내의 모든 작품이 실려 있으나
맨끝에 실린 "석류"는 120매 분량입니다.
이 작품은 2권에 수록되어야 하지만
1권의 결말이며 2권의 예고편이라는 의미에서 1권에 넣었다고 합니다.
각권의 분량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네요.

작품의 원본으로는
에도가와 란포 자신이 교정을 한 도원사桃源社판 에도가와 란포 전집 18권이 사용되었습니다. 
도원사판 전집의 각권 후기에는
란포가 직접 작성한, 자신의 작품에 관련된 짧은 후기가 첨부되어 있는데
치쿠마쇼보의 전단편집에도 그 내용이 실렸고,
그 덕분에 이 책에도 란포의 후기가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습니다. 

짧긴 하지만 란포의 후기를 읽어보면
그의 인간관계라든가 당시의 사회 분위기 등을 알 게 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자기비판적인 내용이나
본격추리에 대한 세간의 좋지 않은 평가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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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8-06-1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단편집이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에드가와란포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