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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기필코 인도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나 자신 속에 있는 어떤 것들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p. 232 (괴테의 고백 인용글)
인도를 떠올리면 사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지인이 인도 여행을 1년간 하고 와서 여권도 잃어버리고, 강도 만나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음식이 맞지 않아서 거의 물과 과일만 먹어서 20kg 가까이 빠져서 와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접한 미디어에서 본 인도는 더럽고, 독특한 수행자가 있고, 빈민가의 사람의 힘든 삶을 봐서인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였다.
그런데,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하고, 갠지스 강도 궁금하고, 류시화가 즐겨 마시는 짜이의 맛도 궁금하고, 류시화에게 늘 깨달음을 주는 사두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류시화에게도 인도는 처음에는 부정적인 곳이였지만, 여러번 여행을 하면서 인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인도에 대해 '지저분한 먼지 밑에서 보석을 발견'했다는 표현을 한다. 책을 덮으면서 인도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지구별 여행자』은 류시화가 15년간 인도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것을 쓴 책이다. 그에게 인도가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에게 스승은 허름한 여인숙의 뻔뻔한 주인, 갠지스강에서 기적을 바라는 나병에 걸린 거지 여인, 할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는 소녀, 망고주스를 파는 노인,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사두 등 인도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스승이고 깨달음을 준 사람이다. 어쩌면 류시화라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의미를 찾고, 깨달음을 찾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일반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상황, 말과 행동 속에서 감동하고, 느끼고, 깨달음을 찾는 것이 그의 매력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러한 예민함과 섬세함을 통해 멋진 책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어서 표시를 하다보니 너무 많다.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문구가 많아서 이 책이 더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류시화의 깨달음이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고, 자극을 주었다.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일이오."
p.47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가슴 깊이 들어온 에세이는 <내 영혼의 여인숙> 이다. 허름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여인숙 주인에게 류시화는 여러가지의 불만을 토로한다. 그때마다 주인이 말하는 하나 하나가 큰 깨달음을 준다. 세상이 어떠한가가 아닌,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가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 결정적으로 그가 제일 아끼던 티를 여인숙에서 일하는 사람이 훔친 것 같다는 의심을 하고 불만을 하자, 그는 행복의 비밀을 말해주는데 나도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여인숙 주인의 말을 읽고 나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책을 덮고나서 메말라가던 영혼에 촉촉하게 비가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사두어록을 모은 것도 참 좋았다. 그가 만난 이들의 짦지만 강한 깨달음을 주는 말들이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지구별 여행자』는 류시화의 인도 방랑이 쌓여 만들어진 책이다. 열병을 앓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 위기를 맞기도 하고, 부당함에 화도 내기도 하고, 작은 소녀에게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삶의 희망을 잃은 거지여인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시끄러운 버스와 씨름 하기도 하고, 외국인에게 돈을 뜯어볼려고 달려드는 사람과 실갱이도 하고, 북적이는 기차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하나 하나 쌓여서 완성되었다. 작지만 많은 것을 담은 책이라 생각이 들고,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