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사람의 생로병사 - 조선, 천년의 삶 천년의 죽음
신동원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공화국이다. 조선은 이미 백년 전에 망해버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아직 조선의 껍질을 벗질 못하고 있다. 우리의 신체, 사회는 조선을 벗어던졌지만, 우리의 머리속 의식은 아직도 조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백년전 망해버린, 조선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병에 대처했고, 어떤 병을 앓고 어떻게 죽어나갔는지 대중성을 고려해서 십여개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민간의 성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자유스러웠다는 점과 구천일심이 성기의 운동이 아니라 호흡법을 가리킨다는 점 등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던 한의학적, 민간요법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특히, 서양의학에 의해 완전히 주도권을 상실한 한의학 병리용어에 대한 저자의 주목이 눈길을 끌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필자 역시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할때 전통 한의학 용어를 쓰기보다는 양방적 설명을 위주로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씁쓸하다. 서양의학이 처음 들어온 개화기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한의학과 서양의학 사이에는 그 시절의 깊은 골이 그대로 패여있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실제로 중국의 한족이 주도한다는 중의학의 실체를 동의보감의 권위로 맞서려는 저자의 주체성도 주목할 만 하다. 실제로 한족이라는 특정 종족이 동아시아 의학을 주도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대적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저자인 신동원은 현재 한국에 생존 활동하는 몇명 안되는 한국 의학사 연구자이다. 김호, 여인석 등에 비해 비교적 대중적이면서도 내용있는 한국의학사에 대한 서적을 많이 집필한다.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