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강의 식사 - 인생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완전무결 2주 다이어트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정세영 옮김, 양준상 감수 / 앵글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운동 없이 매일 0.5kg씩 살이 빠지고, 아이큐를 20이나 올린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기존의 식이요법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미 대부분의 내용은 여러 식이요법책 및 의학서적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새로 알게 된 부분들 위주로 살펴보았다.
- 가금류는 질이 낮은 단백질이므로 자제하자: 나는 육류 중에서 특히 닭고기를 좋아하고, (식감 때문에) 닭가슴살만 먹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닭가슴살은 운동매니아들의 주된 영양공급원이 아닌가. 그런데 닭은 곰팡이에 오염되기 쉬운 곡물을 먹는 동물이기 때문에, 독소가 축적된 몸뚱이(?)를 인간이 먹는다는 설명은 그럴싸했다.
- 운동 없이도 '단단한 몸매'가 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운동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운동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운동하지 않고도 근육을 만들 수 있는가. 정답은 '쫄딱 굶고 나서 먹는다'이다. 그리고 (물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도 나온다. '운동 안 해도 되지만 하면 더 좋다'.
- 견과류는 코코넛을 제외하고는 안심할 수 없다: 필수지방산 때문에 견과류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다. 마트에서 큰 통이나 1회분씩 비닐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는 것만 봐도, 견과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먹지 말라니? 이유는 이렇다. 곡물처럼 견과류도 곰팡이에 오염되기 쉽고, 그 필수지방산이 산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내게 땅콩 알러지가 없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 저녁은 점심을 먹고 나서 6시간 '이내'에 먹는다: 이 말을 단순히 '늦게 먹으면 살찌니까 빨리 먹으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의 간격을 줄여야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 '단식했다면' 저녁을 늦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단, 점심도 그만큼 늦게 먹어야 하지만.
하지만 설명이 다소 부족해 보이거나, (비교적) 최근의 의학적 지식과 다른 내용들도 있다.
- 다이어트 신화1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노력 부족 탓이다': 내 생각에 저자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의지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같은 뜻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근거로 뇌기능을 언급했는데, 수년간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뇌기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의지력이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강할수록 다이어트를 오래 실천할 수 있다 -- 건강한 다이어트에 한해서. 위험한 다이어트는 의지력이 아니라 위험성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저자도 알고 있겠지만, 다이어트에는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동기가 약하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해진다.
- 다이어트 신화2 '공복을 참으면 살을 뺄 수 있다': 이것 역시 동기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강할수록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약해진다. 내가 처음 다이어트를 했을 때, 다이어트 첫날부터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살을 빼려는 동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 '찬밥'이 유익균을 늘린다: 장내의 유익한 세균의 먹이로 찬밥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찬밥의 범위가 궁금하다. 그냥 식힌 밥만 의미하는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밥도 포함하는지. 냉장고에 밥을 보관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밥에 저항성 녹말이 가득할 것 같다는 느낌을.
- '20분 이상' 운동하면 오히려 해롭다: 운동 역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저자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고강도'이기 때문에, '장시간' 운동을 한 것만큼이나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는 선택지가 있다. '운동 안 해도 된다'는 것.
- 아이는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안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의심스러운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케톤식이요법에 대한 서적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본래 케톤 대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탄수화물이 아이들을 신경질적으로 만든다면서도, 왜 아이에게 탄수화물이 필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고탄수화물식이 췌장을 혹사시키고 고단백질식이 간을 혹사시키듯 --저자도 알고 있다, 고지방질식이 간과 췌장을 혹사시키므로 약간의 탄수화물식으로 간과 췌장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설명이 훨씬 믿을 만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 음식에 든 지방은 (중략) 단백질이나 당과 비교하면 인슐린 수치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적다: 인슐린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는 당뿐이다. 그리고 저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배가 고플 때 혈당을 높이지 않도록 방탄커피를 마시라고 한 것이다.
- 오랜 기간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으면 갑상선에 손상이 생길 우려도 있다: 저자는 저탄수화물식이로 갑상선 질환을 앓았다고 하지만, 이 부분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있거나 탄수화물 외에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인류가 케톤 대사를 해 왔다는 것과 관련하여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 일부 에스키모족은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고 살아간다는 말을 듣고는 (중략) 실험 결과 장내 세균이 말 그대로 굶어죽었고 ~: 이 부분에는 문화적인 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에스키모족은 오랫 동안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살아 왔기 때문에, 장내 세균에게 당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아니다. 저자는 비교하면 안 되는 대상과 비교 실험한 것이다.
- 그런데 췌장은 인슐린을 얼마나 방출해야 하는지를 잘 계산하지 못 해서 대개는 지나치게 많이 분비하여 혈당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GI지수, GL지수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췌장이 인슐린 농도도 조절하지 못 하는 바보라는 말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의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리고 저자도 알고 있다. 췌장이 인슐린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조금만 먹고, 먹더라도 당이 적은 것을 조금만 먹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 이 연구에서 쥐에게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는데, 오랫 동안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일명) 당질제한 다이어트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 사람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는 사람은 다른 변수를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 ~ 방탄커피에 넣는 MCT 오일이 비록 전날 밤에 탄수화물을 먹었더라도 몸을 '케토시스' 상태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부분을 읽고 '방탄커피를 마시면 되니까 밤에 탄수화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까?
- 우선 몸의 긴장을 완화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려면 녹말과 당이 필요하다: 밤에 잘 자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먹으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전날 밤에 탄수화물을 먹었더라도'일까. 바로 케토시스 상태로 만들어서 체지방이 연소되게 하지 않으면, 세로토닌을 만들고 남은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일까. 게다가 흡수 속도가 빠른 MCT 오일을 탄수화물과 같이 먹으면, 그만큼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바뀌는 속도도 빨라지지 않을까. 설명이 부족해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일찍 식사하고 잠드는 다이어터들처럼) 밤에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 그냥 살 되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자면, 살찌지 않으려고 엄청 비싼 MCT 오일이 들어가는 방탄커피는 마실 필요도 없다. 참고로, 저자는 MCT 오일을 파는 사람이다.
- 또한 연구에 따르면 DHA가 함유된 생선 오일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여 ~: 저자는 자기 전에 생선 오일을 먹는다고 한다. 자기 전에 탄수화물도 먹고, 방탄커피도 모자라 생선 오일까지 먹으라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지만. 특히 방탄커피는 아침에도 마시고, 간식으로도 마셔도 좋고, 저녁에도 마시면 좋다고 한다.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먹을 것이 늘어나서 행복한가. 나는 아니다. MCT 오일뿐만 아니라 생선 오일도 비싸기 때문이다.
- 귤은 비타민과 항산화물이 풍부하고 항영양소와 곰팡이는 매우 적다: 좀 혼란스러웠다. 내가 여태껏 마트에서 보고 사 먹은 귤들은 그 어떤 과일들보다도 곰팡이가 잘 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통 및 보관 상태가 좋은 귤이나, 항진균 처리가 되어 있는 귤을 표본으로 실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태 저자가 여러 식품들의 진실 혹은 거짓을 밝혔던 연구 결과가 나중에라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면, 두부는 저자의 생각만큼이나 위험한 식품이 아닐 수도 있다.
- 액상과당으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닌 순수 메이플 시럽은 과당이 아주 적어서 (중략) 매일 먹지는 말아야 한다: 저자는 순수 메이플 시럽에 과당이 아주 적게 들어 있음에도 먹지 말라고 한다. 자주 먹지 말아야 할 다른 물질이라도 들어 있는 것인가. 설명이 부족하다.
이런 종류의 책들의 한계점이기도 한데, 뒷부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재료들이 매우 낯설고, 저자가 추천하는 조미료의 대부분이 한국인이 일반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천연 허브류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또한 한국 식단에 자주 오르는 하얗고 긴 무에 대한 얘기가 없고, 애호박, 단호박,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등 호박과 고구마의 종류별 효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맞는 레시피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로, 재료별 궁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요리 좀 해 본 한국인이라면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는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함께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각 식품의 효능에는 세척방식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세제 대신 식초로 씻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어떤 것으로 어떻게 얼마나 씻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게 좀 아쉽다.
넷째, 식비가 많이 든다는 게 내게는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MCT 오일을 포함해서 버터, 고기, 채소 등 값싼 재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저렴한 제품은 그만큼 품질도 떨어진다. 고품질 식품으로 '최상의 식사'를 하라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상반된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이미 이 식사법은 무결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보는 데에 그치길 바란다. 물론, 어디까지나 참고하자는 것이지 맹신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