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식사 - 인생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완전무결 2주 다이어트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정세영 옮김, 양준상 감수 / 앵글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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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없이 매일 0.5kg씩 살이 빠지고, 아이큐를 20이나 올린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기존의 식이요법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미 대부분의 내용은 여러 식이요법책 및 의학서적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새로 알게 된 부분들 위주로 살펴보았다.

- 가금류는 질이 낮은 단백질이므로 자제하자: 나는 육류 중에서 특히 닭고기를 좋아하고, (식감 때문에) 닭가슴살만 먹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닭가슴살은 운동매니아들의 주된 영양공급원이 아닌가. 그런데 닭은 곰팡이에 오염되기 쉬운 곡물을 먹는 동물이기 때문에, 독소가 축적된 몸뚱이(?)를 인간이 먹는다는 설명은 그럴싸했다.

- 운동 없이도 '단단한 몸매'가 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운동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운동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운동하지 않고도 근육을 만들 수 있는가. 정답은 '쫄딱 굶고 나서 먹는다'이다. 그리고 (물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도 나온다. '운동 안 해도 되지만 하면 더 좋다'.

- 견과류는 코코넛을 제외하고는 안심할 수 없다: 필수지방산 때문에 견과류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다. 마트에서 큰 통이나 1회분씩 비닐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는 것만 봐도, 견과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먹지 말라니? 이유는 이렇다. 곡물처럼 견과류도 곰팡이에 오염되기 쉽고, 그 필수지방산이 산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내게 땅콩 알러지가 없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 저녁은 점심을 먹고 나서 6시간 '이내'에 먹는다: 이 말을 단순히 '늦게 먹으면 살찌니까 빨리 먹으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의 간격을 줄여야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 '단식했다면' 저녁을 늦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단, 점심도 그만큼 늦게 먹어야 하지만.

 

하지만 설명이 다소 부족해 보이거나, (비교적) 최근의 의학적 지식과 다른 내용들도 있다.

- 다이어트 신화1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노력 부족 탓이다': 내 생각에 저자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의지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같은 뜻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근거로 뇌기능을 언급했는데, 수년간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뇌기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의지력이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강할수록 다이어트를 오래 실천할 수 있다 -- 건강한 다이어트에 해서. 위험한 다이어트는 의지력이 아니라 위험성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저자도 알고 있겠지만, 다이어트에는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동기가 약하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해진다.

- 다이어트 신화2 '공복을 참으면 살을 뺄 수 있다': 이것 역시 동기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강할수록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약해진다. 내가 처음 다이어트를 했을 때, 다이어트 첫날부터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살을 빼려는 동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 '찬밥'이 유익균을 늘린다: 장내의 유익한 세균의 먹이로 찬밥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찬밥의 범위가 궁금하다. 그냥 식힌 밥만 의미하는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밥도 포함하는지. 냉장고에 밥을 보관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밥에 저항성 녹말이 가득할 것 같다는 느낌을.

- '20분 이상' 운동하면 오히려 해롭다: 운동 역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저자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고강도'이기 때문에, '장시간' 운동을 한 것만큼이나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는 선택지가 있다. '운동 안 해도 된다'는 것.

- 아이는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안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의심스러운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케톤식이요법에 대한 서적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본래 케톤 대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탄수화물이 아이들을 신경질적으로 만든다면서도, 왜 아이에게 탄수화물이 필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고탄수화물식이 췌장을 혹사시키고 고단백질식이 간을 혹사시키듯 --저자도 알고 있다, 고지방질식이 간과 췌장을 혹사시키므로 약간의 탄수화물식으로 간과 췌장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설명이 훨씬 믿을 만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 음식에 든 지방은 (중략) 단백질이나 당과 비교하면 인슐린 수치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적다: 인슐린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는 당뿐이다. 그리고 저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배가 고플 때 혈당을 높이지 않도록 방탄커피를 마시라고 한 것이다.

- 오랜 기간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으면 갑상선에 손상이 생길 우려도 있다: 저자는 저탄수화물식이로 갑상선 질환을 앓았다고 하지만, 이 부분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있거나 탄수화물 외에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인류가 케톤 대사를 해 왔다는 것과 관련하여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일부 에스키모족은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고 살아간다는 말을 듣고는 (중략) 실험 결과 장내 세균이 말 그대로 굶어죽었고 ~: 이 부분에는 문화적인 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에스키모족은 오랫 동안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살아 왔기 때문에, 장내 세균에게 당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아니다. 저자는 비교하면 안 되는 대상과 비교 실험한 것이다.

- 그런데 췌장은 인슐린을 얼마나 방출해야 하는지를 잘 계산하지 못 해서 대개는 지나치게 많이 분비하여 혈당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GI지수, GL지수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췌장이 인슐린 농도도 조절하지 못 하는 바보라는 말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의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리고 저자도 알고 있다. 췌장이 인슐린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조금만 먹고, 먹더라도 당이 적은 것을 조금만 먹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 이 연구에서 쥐에게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는데, 오랫 동안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일명) 당질제한 다이어트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 사람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는 사람은 다른 변수를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 ~ 방탄커피에 넣는 MCT 오일이 비록 전날 밤에 탄수화물을 먹었더라도 몸을 '케토시스' 상태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부분을 읽고 '방탄커피를 마시면 되니까 밤에 탄수화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까?

- 우선 몸의 긴장을 완화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려면 녹말과 당이 필요하다: 밤에 잘 자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먹으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전날 밤에 탄수화물을 먹었더라도'일까. 바로 케토시스 상태로 만들어서 체지방이 연소되게 하지 않으면, 세로토닌을 만들고 남은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일까. 게다가 흡수 속도가 빠른 MCT 오일을 탄수화물과 같이 먹으면, 그만큼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바뀌는 속도도 빨라지지 않을까. 설명이 부족해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일찍 식사하고 잠드는 다이어터들처럼) 밤에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 그냥 살 되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자면, 살찌지 않으려고 엄청 비싼 MCT 오일이 들어가는 방탄커피는 마실 필요도 없다. 참고로, 저자는 MCT 오일을 파는 사람이다.

- 또한 연구에 따르면 DHA가 함유된 생선 오일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여 ~: 저자는 자기 전에 생선 오일을 먹는다고 한다. 자기 전에 탄수화물도 먹고, 방탄커피도 모자라 생선 오일까지 먹으라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지만. 특히 방탄커피는 아침에도 마시고, 간식으로도 마셔도 좋고, 저녁에도 마시면 좋다고 한다.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먹을 것이 늘어나서 행복한가. 나는 아니다. MCT 오일뿐만 아니라 생선 오일도 비싸기 때문이다.

- 귤은 비타민과 항산화물이 풍부하고 항영양소와 곰팡이는 매우 적다: 좀 혼란스러웠다. 내가 여태껏 마트에서 보고 사 먹은 귤들은 그 어떤 과일들보다도 곰팡이가 잘 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통 및 보관 상태가 좋은 귤이나, 항진균 처리가 되어 있는 귤을 표본으로 실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태 저자가 여러 식품들의 진실 혹은 거짓을 밝혔던 연구 결과가 나중에라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면, 두부는 저자의 생각만큼이나 위험한 식품이 아닐 수도 있다.

- 액상과당으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닌 순수 메이플 시럽은 과당이 아주 적어서 (중략) 매일 먹지는 말아야 한다: 저자는 순수 메이플 시럽에 과당이 아주 적게 들어 있음에도 먹지 말라고 한다. 자주 먹지 말아야 할 다른 물질이라도 들어 있는 것인가. 설명이 부족하다.

 

이런 종류의 책들의 한계점이기도 한데, 뒷부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재료들이 매우 낯설고, 저자가 추천하는 조미료의 대부분이 한국인이 일반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천연 허브류--적어도 내겐 그렇다. 또한 한국 식단에 자주 오르는 하얗고 긴 무에 대한 얘기가 없고, 애호박, 단호박,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등 호박과 고구마의 종류별 효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맞는 레시피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로, 재료별 궁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요리 좀 해 본 한국인이라면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는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함께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각 식품의 효능에는 세척방식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세제 대신 식초로 씻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어떤 것으로 어떻게 얼마나 씻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게 좀 아쉽다.

넷째, 식비가 많이 든다는 게 내게는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MCT 오일을 포함해서 버터, 고기, 채소 등 값싼 재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저렴한 제품은 그만큼 품질도 떨어진다. 고품질 식품으로 '최상의 식사'를 하라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상반된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이미 이 식사법은 무결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다면, 어떤 음식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보는 데에 그치길 바란다. 물론, 어디까지나 참고하자는 것이지 맹신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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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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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이론보단 아들러의 이론을 더 중시한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심리학보단 정신의학에 가깝기에, 정신과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내담자를 '치료'하는 기술을 훈련해야 하고, 내담자의 무의식을 들춰내는 작업을 잘못하면 내담자를 더 방어적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이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에, 요즘은 다른 심리학 이론도 차용하는 모양이다.) 반면, 아들러의 이론은 '경청'함으로써 내담자가 자기계발하도록 돕는다. 정신분석처럼 매뉴얼적인 상담 기술이 없고, 그저 내담자 편에 서서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그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이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열등감, 우월성, 생활 양식, 인생의 과제.. 등의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들러의 삶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아들러의 이론에서 왜 그런 것들이 거듭 강조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러는 자신의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살았다.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 양식(자타수용, 사회공헌)으로 우월성을 추구하고 인생의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아들러 그 자신이 열등감을 우월성 추구로 극복했기에, 우리에게 자신 있게 그렇게 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들러는 가족관계가 생활 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말이다.

분명 무언가가 영향을 미치기만 한다는 것--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한다는 전제 하에--과 결정한다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아들러도 프로이트처럼, 비록 어린 시절이지만 우리는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본다.

 

나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만드는가. 그건 바로, 우리가 트라우마가 뭔지 알게 된 순간이다. 트라우마가 뭔지 모른다면, 내게 트라우마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모든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트라우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사람과 장소와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어린 시절의 일이 자꾸 재현되는--그 일과 비슷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생각나는-- 경우, 바로 그 일이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와 아들러)는 목적론에 입각하여, 트라우마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트라우마의 존재는 부정하면서 '수단'으로서의 트라우마는 인정했다. 트라우마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게 트라우마는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정신분석의 입장에선, 그 일(미해결된 과제)을 해결하기 위해 해결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재현한다고 하겠다. 아들러 심리학의 입장에선, 그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말엔 동의한다. 하지만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보게 만든 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날 내가 그런저런 일들을 겪지 않았다면, 이 책을 볼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휘둘려 지금 이 순간을 못 사는 것은 문제이지만 말이다.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엔 과거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므로, 과거는 없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인생이 '찰나의 순간'이라는 점들이 연속적으로 모인 것이라 해도 말이다. 그 말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히 살아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한 표현으로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인생은 무의미하다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의미하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무언가 의미를 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더 나쁠 것이다. 발버둥치느라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지 못 할 테니까.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무난하게(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겠다. 다만, 단지 '미움 받을 용기'만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존재감을 버릴 용기'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여기에 당신들 사이에 살아 있음'을 알리지 않을 용기 말이다.

'내가 평범하다'는 것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나는 '존재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게 되지 않을까. 학창 시절 존재감이 없던 또래들을 생각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 상황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되겠지만.) 저자는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지 말라고 했으니, 그들에게 내 존재감을 심어주면 안 될 것이다. 그들로부터 내 존재를 인정 받으려면, 그들의 인정을 바라야 할지도 모르니까.

 

 

분명 아들러 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 이론들과 차이가 많다. 보다 인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것은 현재지향적인데, 왜 미래지향적일까.

아들러의 목적론은 그냥 목적론이 아니다. 허구적 최종목적론이다. 최종 목적이란 삶의 목적을 의미한다. 그 목적이 실현 불가능할지라도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 삶의 의미를 두지만, 그 목적을 좇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엔 상상에 불과한--아마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남의 기분을 좋게 만들 거라 착각하게 만드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최종 목적이 허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허무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아마 영원히 실현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것을 제대로 실현하며 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심리학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안다면,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해볼 것이며, 그게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들러 심리학은 저자의 철학적 관점에 따라 재해석되었다. 그러므로, 아들러 심리학 원서를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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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 무네타 의사의 당질 제한 건강법
무네타 테츠오 지음, 양준상 옮김 / 판미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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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제한식 다이어트의 한계를 느껴 다른 방법을 알아보던 중, 비만 호르몬을 조절하여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GI다이어트, GL다이어트에 이어 당질 제한 다이어트가 그것이다.

 

당질 제한식으로 유명한 에베 코지의 저서 《당질 제한식 다이어트》, 《당질 다이어트》를 먼저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자세히 알려주기보단 병원의 실적이 얼마나 좋은지 홍보(?)하는 데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이어트책이라고 하기엔 당뇨병 위주의 내용이고, 요란한 빈 수레 같은 느낌에 거부감이 상당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이기 때문이겠지만.

보다 자세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책들을 알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당뇨병을 앓았고, 학계의 정설에 대항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한 의사였다.

태아와 신생아 연구로 인간의 대사는 포도당보단 케톤체라는 지방산으로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내 밥그릇 뺏지마'라고 외치는 듯, 수많은 의사들이 저자의 결론을 반박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이 요지부동으로 천동설을 믿었던 것과 다름없었다.

나도 그런 고집불통의 의사들 때문에 고생했다. 너무 암기만 해서 사고에 융통성이 없던 것인가.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나를 밥줄로 봤던 것인가. 이유야 어찌됐든, 저자의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는 의사들의 수준도 딱 그 정도다. 저자가 얼마나 황당해 했을지 공감이 간다.

 

한국의 많은 의사들도 뇌의 연료는 포도당뿐이므로 탄수화물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는 나는 좀비나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중학생 때 거의 먹지 못 했다. 너무 바빠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한끼만 먹는 경우가 많았고, 이주일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면도 턱없이 부족했고, 차편이 끊긴 경우가 많아 걸어다녔다. 그런 생활을 수년간 지속했지만, 나는 또래들처럼 학교는 물론 학원에도 다녔다. 만약 인간의 뇌가 포도당밖에 쓰지 못 한다면, 인간의 몸이 사용하는 주연료가 포도당이라면,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내 몸은 케톤 대사를 활발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몸에서 났던 소독약 냄새가 그 증거다. 아세톤 냄새 같기도 하고, 에탄올 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가 바로 케톤체 냄새였을 것이다. 내 친구가 그 냄새를 맡고는, 내게 '병원에 다니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고2가 되어서야 매일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체중이 일주일만에 26kg이나 불어나는 신기록을 세웠다. 내가 어머니를 닮아 살찌는 체질인 데다, 그 당시 내 몸은 철저히 기아 사태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게 그 체지방이 아주 중요한 원료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소아 비만이었다는 게 새삼스레 고맙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케톤체가 뇌를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믿고 싶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을 수도 있는 조건에서, 나는 의식도 잃지 않고 수개월이나 버텼기 때문이다. (그때도 중학생이었다.) 오죽하면, 의사가 응급처치를 하면서 내게 자꾸 말을 걸어 제정신인지 아닌지 확인했겠는가.

그 상황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케톤 대사를 했기에 버텼다는 설명은 불가능할까. 아니면, 그냥 억수로 이 좋았을 뿐인가.

 

인간이 본래 케톤 대사를 했다는 인류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인간은 케톤 대사와 포도당 대사 두 가지로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혈당치를 낮추는 장치는 하나밖에 없지만, 혈당치를 높이는 장치는 여러 개라고 한다. 저혈당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포도당을 쓰지 않으면서 더 효율적인 케톤 대사 방식이 있음에도 왜 그런 장치가 있는 것일까.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처럼 케톤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까. 예를 들면, 고단백 및 고지방 식사가 간을 손상시킨다든가.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포도당 대사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탄수화물도 일정량 먹어서 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당질 제한식이 장기적으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아직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저자는 당질 제한식으로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을 것 같은데, 10년 정도로는 어림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포도당 대사가 아닌 케톤 대사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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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웰빙 다이어트 - 비만치료 최고 명의 강재헌 박사와 몸짱아줌마 정다연의
강재헌.정다연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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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별로 난이도가 상승하는 단계를 밟는다는 점에서 《28일 Step by Step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은 요즘 추세인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아니라 저칼로리 저지방 식단을 권한다. 덤벨을 이용한 운동요법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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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Step By Step 다이어트
이경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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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파르타식의 다이어트책이다. 말이 28일이지, 하라는 운동을 안 했거나 먹지 마라는 음식을 먹었다면 해당 단계의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다이어트 기간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자신과의 싸움이라지만, 전반적으로 융통성이 너무 없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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