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 무네타 의사의 당질 제한 건강법
무네타 테츠오 지음, 양준상 옮김 / 판미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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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제한식 다이어트의 한계를 느껴 다른 방법을 알아보던 중, 비만 호르몬을 조절하여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GI다이어트, GL다이어트에 이어 당질 제한 다이어트가 그것이다.

 

당질 제한식으로 유명한 에베 코지의 저서 《당질 제한식 다이어트》, 《당질 다이어트》를 먼저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자세히 알려주기보단 병원의 실적이 얼마나 좋은지 홍보(?)하는 데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이어트책이라고 하기엔 당뇨병 위주의 내용이고, 요란한 빈 수레 같은 느낌에 거부감이 상당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이기 때문이겠지만.

보다 자세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책들을 알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당뇨병을 앓았고, 학계의 정설에 대항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한 의사였다.

태아와 신생아 연구로 인간의 대사는 포도당보단 케톤체라는 지방산으로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내 밥그릇 뺏지마'라고 외치는 듯, 수많은 의사들이 저자의 결론을 반박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이 요지부동으로 천동설을 믿었던 것과 다름없었다.

나도 그런 고집불통의 의사들 때문에 고생했다. 너무 암기만 해서 사고에 융통성이 없던 것인가.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나를 밥줄로 봤던 것인가. 이유야 어찌됐든, 저자의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는 의사들의 수준도 딱 그 정도다. 저자가 얼마나 황당해 했을지 공감이 간다.

 

한국의 많은 의사들도 뇌의 연료는 포도당뿐이므로 탄수화물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는 나는 좀비나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중학생 때 거의 먹지 못 했다. 너무 바빠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한끼만 먹는 경우가 많았고, 이주일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면도 턱없이 부족했고, 차편이 끊긴 경우가 많아 걸어다녔다. 그런 생활을 수년간 지속했지만, 나는 또래들처럼 학교는 물론 학원에도 다녔다. 만약 인간의 뇌가 포도당밖에 쓰지 못 한다면, 인간의 몸이 사용하는 주연료가 포도당이라면,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내 몸은 케톤 대사를 활발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몸에서 났던 소독약 냄새가 그 증거다. 아세톤 냄새 같기도 하고, 에탄올 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가 바로 케톤체 냄새였을 것이다. 내 친구가 그 냄새를 맡고는, 내게 '병원에 다니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고2가 되어서야 매일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체중이 일주일만에 26kg이나 불어나는 신기록을 세웠다. 내가 어머니를 닮아 살찌는 체질인 데다, 그 당시 내 몸은 철저히 기아 사태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게 그 체지방이 아주 중요한 원료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소아 비만이었다는 게 새삼스레 고맙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케톤체가 뇌를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믿고 싶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을 수도 있는 조건에서, 나는 의식도 잃지 않고 수개월이나 버텼기 때문이다. (그때도 중학생이었다.) 오죽하면, 의사가 응급처치를 하면서 내게 자꾸 말을 걸어 제정신인지 아닌지 확인했겠는가.

그 상황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케톤 대사를 했기에 버텼다는 설명은 불가능할까. 아니면, 그냥 억수로 이 좋았을 뿐인가.

 

인간이 본래 케톤 대사를 했다는 인류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인간은 케톤 대사와 포도당 대사 두 가지로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혈당치를 낮추는 장치는 하나밖에 없지만, 혈당치를 높이는 장치는 여러 개라고 한다. 저혈당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포도당을 쓰지 않으면서 더 효율적인 케톤 대사 방식이 있음에도 왜 그런 장치가 있는 것일까.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처럼 케톤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까. 예를 들면, 고단백 및 고지방 식사가 간을 손상시킨다든가.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포도당 대사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탄수화물도 일정량 먹어서 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당질 제한식이 장기적으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아직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저자는 당질 제한식으로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을 것 같은데, 10년 정도로는 어림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포도당 대사가 아닌 케톤 대사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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