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수업이 되려면 - 생각을 이끌어내는 토론 수업 안내서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지음 / 교육과실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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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기술 중 하나로 수업에 토론이 들어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토론이 과연 수업으로 정착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토론은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가 충분히 토론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나 또한 잘 된 토론 수업을 본 적도 없고 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토론 수업을 외면할 수 없고 토론 수업을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토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토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보여준다. 교실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는 학생들, 심지어 생각마저 멈춰버린 듯한 학생들을 깨어나게 해 주는 토론.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업의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토론의 매력이 더 넓게 확장되는 것과 교실 안에 수업으로 녹아지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다. 비록 중학교의 예시가 대부분이라 이 것을 초등학교 현장에 그대로 접목하고 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들과 다양한 토론 방법들이 초등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토론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나오듯이 딱딱하게 짜여진 순서대로 자신의 순서와 역할을 지켜가며 상대방을 이겨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토론의 방법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준다. 오히려 토론을 위한 토론이라기 보다는 모둠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다양한 토론 방법들로 다가오는 것들이 많아 반갑다. 특히 하브루타, 에르디아 토론, 그림책 토론들은 초등학교 현장에 적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할 때마다 펴 보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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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방학인 학교 큰곰자리 46
송승주 지음, 김유진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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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세가지 짧은 이야기가 엮여있다.
첫번째 이야기에는 새해 첫날의 긴장감이 도깨비처럼 독특한 도계빈 선생님덕에 다음날이 기다려지는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는 이야기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번째 이야기는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이다. 속상한 일들로 가득했던 주인공이 우연히 지나게 된 세탁소에서 구겨진 마음을 말끔하게 다리는 이야기. 꼬마아가씨에게도 힘든 하루가 있고, 그 하루를 위로해주는건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이 예쁘게 그려져있다.
세번째 이야기는 3월이 방학이라는 재미난 상상력이 눈에 띄었다. 그보다 더 좋았던 점은, 정말 3월에 방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3월에 처음 느꼈던 불평과 오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과정이었다. 처음이라는 낯섬과 어색함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접근이 가벼우면서도 명쾌하게 느껴졌다.
귀엽고 예쁜 일러스트도 이 책의 매럭지수를 한단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저학년 친구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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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와일더 - 늑대와 달리는 소녀,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바람청소년문고 9
캐서린 런델 지음, 백현주 옮김 / 천개의바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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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의 눈으로 우리를 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해. 돌에 새겨진 것처럼 틀림없다고들 하지. 하지만 나는 판지에 돌처럼 색칠을 한 것 뿐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용감해질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다 같이 힘을 모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 그러니까 꼭 처음부터 용감할 필요는 없어. 같이 조금만 힘을 내면 돼."

"알렉세이는 날씨같은 사람이야. 날씨를 싫어할 수는 없잖아." 

 

매력적인 주인공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생생한 문장, 이 책을 읽게된 것은 행운이었다.

 

이 이야기는 울프 와일더라는 독특한 일을 하는 한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시작은 이 소녀의 개인적인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의 끝은 이 시기를 살고 있던 모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혁명 따위엔 관심도 없었던 주인공의 마지막 연설은 어느 혁명가의 연설보다 호소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진심의 힘이었다. 개인의 바람이 모여 모두의 희망이 되었을 때 비로소 혁명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설이었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뿐만 아니라 장면이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도록 뛰어난 묘사를 하는 문장과 마음을 깊이 울리는 대사들로 가득한 보석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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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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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었다. 그 시대, 그곳에 그들이 살고 있었다. 조선의 반대편에 있는 띠깔에 새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편지를 쓴 이정처럼 작가도 이 책을 통해 피리 부는 내시, 도망중인 신부, 옹니박이 박수무당, 몰락한 황족 소녀, 굶주린 제대 군인, 혁명가의 이발사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물포항으로 모인 사람들. 그 누구도 멕시코를 알지 못했고 그곳에 머물길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안고 배에 오른 사람들. 조선에는 설 곳이 없었기에 형체 없는 희망에 기대 배에 오른다. 각자의 사연을 숨기고 주어진 운명이 아닌 다른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희망은 배에 오른 후 조금씩 희미해진다. 멕시코에서의 그들의 삶을 예고라도 하듯 배 안은 혼란 그 자체다. 제물포 항에서 멀어지면서 배가 흔들리고 신분 질서가 흔들리고 그들의 인생도 흔들린다. 배 안은 더 이상 조선이 아니다. 이제껏 살아온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이 현실을 빨리 깨달은 사람은 먼저 일어선다. 선실이 아닌 주방으로 향한 김이정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메리다에 도착한 그들 앞에 주어진 것은 끝없는 노동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현실 앞에서 누군가는 적응하고 누군가는 낙오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조선 못지않게 혼란스러운 그곳의 상황은 이들을 참으로 다양하게 몰아가고, 휘몰아치던 인생에 비해 그들의 죽음은 오히려 덤덤하다.

그들은 다르게 살 수 있었을까. 조선에 남아 있었다 한들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달랐을까. 그만큼 치열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삶이 더 쉬웠을까. 선택의 순간마다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은 남기 마련이고 과연 내 선택이 옳았을까에 대한 두려움 역시 갖게 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닥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아낸다. 그러고보면 내가 갖는 미련과 두려움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있었다. 각자 삶의 모습과 그 끝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다. 온 힘을 다해서 그들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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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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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술 시간은 항상 눈물 바람으로 끝이 났다. 시작은 그럴듯한데 항상 마지막 채색 단계에서 작품을 망쳤기 때문이다. 6학년 여름 방학 숙제로 그렸던 장독대가 있는 테라스는 지금 다시 그려보라고 하더라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 날따라 어찌나 스케치가 잘 되던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나에게 마지막 단계에서의 실수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 나는 미술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미술을 알지 못하고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할 줄 모른다. 그런 나에게 미술가의 삶을 이해하라고? 어려운 일이다. 미술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런 삶을 살았던 것인가.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 일을 하던 부유한 사십 대 남자다. 아무 문제 없이 살던 그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어떤 충동이 그에게 가정을 버리게 하고 육체의 안위와 주변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기행에 가까운 행동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는 생각들이 나를 무척 불편하게 했다. 이 모든 것들을 천재적인 예술성으로 덮어버리기는 더 싫었다. 나는 아무래도 보다는 ‘6펜스에 가까운 사람인가보다.

그나마 그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타히티에서의 이야기 덕분이다. 어쩌면 그는 평생 맞지 않는 옷을 입을 것을 요구당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는 몸의 말에 나는 조금이나마 찰스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타히티에서 태어났더라면 그의 생각과 행동들이 큰 잘못과 실패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의 인생도 다를 게 없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받아서 알뜰하게 살림을 하면서 살 수도 있었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뒤늦게 걸어가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내가 상처 준 사람이 없을 거라고 감히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의 열정을 위해 다른 것들은 ()’로 여긴 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내가 찰리와 다를 것도 없다.

찰리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한다. 최고 정점에 이른 작품들을 불태워버린 찰리의 심정은 오히려 이해가 되었다. 그의 최고의 순간은, 늘 그랬듯 다른 사람이 알아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보았고 느꼈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그가 부럽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이를 때까지 내가 인정하는 나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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