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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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 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나는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오늘을 생각하면 잘려나간 머리카락 수만큼 후회하게 될까.'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한 번 더 이 사실을 깨달았다. 대단한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화려한 그림으로 눈을 현혹시키지 않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조용히 밀려드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이토록 다정한 할아버지 부부는 원래 다정한 사이였을까. 아니면 지금의 부모님처럼 젊을 때는 원없이 싸우다가 인생의 황혼이 드리웠을 때 비로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을까. 나도 이런 친구가 되어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내 입에 다정하게 옥춘당을 넣어주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까. 짧은 글이지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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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세계 지도와 놀아요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22
아키야마 카제사부로 지음, 최사호 옮김 / 사계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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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에게 세계사와 세계 지리는 암호문과도 같았다. 어떤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길래 다른 어떤 나라와 갈등이 생기고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지 그 관계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어른이 되고 아주 나중에서야 세계 지도를 알고 있었더라면 이 모든 게 훨씬 쉬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늘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 지도를 잘 알고 있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문제는 세계 지도를 잘 가르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니와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은 매우 반갑다. 제목과 표지의 그림 만으로도 기대감이 상승했다. 그림으로 세계 지도를 기억한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책을 열어 봤을 때 나의 기대감은 충분히 충족 되었다. 세계의 주요 나라들이 재치있는 그림으로 표시되어있고, 전체를 소개한 후엔 대륙별로 각 나라의 위치와 수도, 국기, 문화재 등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간단한 퀴즈도 마련되어 있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하지만 넘치지는 않게 담아둔 느낌이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지도를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학급 도서로도 한 권 꼭 비치해두면 좋을 것 같다. 따라 그려도 보고, 자기가 상상한 모양으로 다시 그려보기도 하고, 벌써 아이들과 재미있게 활용할 생각에 다시 기대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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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떡볶이 그래 책이야 47
소연 지음, 원유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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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북어린이의 그래 책이야 시리즈 47번째 책, 사이 떡볶이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책을 몇 권 흥미롭게 봤기에 이 책 역시 기대감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게 무슨 사귀는 거냐 싶을 정도로 시시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을 만난 것 처럼 대단한 일인 것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이떡볶이는 이러한 초등학생들의 연애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 친구와 잘 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저렇게 노력을 해본다. 하지만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은 내 맘 같지 않고 점점 내 맘도 내 맘 같아지지 않는다. 같은 편이 되어서 도와주기로한 친구는 배신을 하질 않나, 내가 도와주기로 한 친구의 연애는 왜이리 또 어려운지. 크고 작은 갈등에 쌓여있던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역시 초등학생들의 감정이란 설익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 진지함을 갖고 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그들이 이성 문제로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어른들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이 책 한 번 살며시 건네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풋풋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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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글쓰기 - 내 아이가 빛나는 생각을 쓴다
오은경 지음 / 이규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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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부모가 되면 내 아이가 글을 잘 쓰게 하고 싶다라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부모는 내 아이가 글을 잘 쓰게 하고 싶은 욕심에 이것 저것 다 해보지만 아이는 어쩐지 지쳐만 가는 것 같다.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보지만 아이는 내 맘 같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새 아이가 나 때문에 글쓰기에 흥미를 잃게된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진다. 부모들이 이런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얼른 이 책을 소개해 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25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만난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8살 아이들이 어떻게 글을 쓴다는 건지 책을 읽기 전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아!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가장 와닿았던 것은 아이들의 말이 그대로 글이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말처럼 글을 쓰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글을 이끌어낼 생각은 못해봤다. 이야기 보따리가 한 번 풀리면 조잘조잘 귀가 따가울 정도로 수다스러운 아이들이 연필을 들면 꼼짝을 못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그냥 흘러가버린 그 때의 그 말들이 너무 아까워졌다. 그 말을 예쁘게 담아 글로 남겨뒀더라면 얼마나 멋진 글이 되었을까.

 

  보다 많은 엄마들이, 그리고 저학년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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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센티미터 웅진책마을 113
이상권 지음, 째찌(최현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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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근무했던 학교에는 축구부가 있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축구부 학생들이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한 학생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우리 학교 축구부에는 여학생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머리가 긴 남학생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어찌나 부끄럽고 미안하던지. 그래도 이 일 덕분에 아이들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할 때 나의 실수를 이야기하며 좀더 실제적인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머리를 자르지 못해 긴 머리를 하고 있는 남학생이 등장한다. 머리를 자를 때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된 머리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점까지 남자답지 못하다며 책망한다. 그럴수록 주인공은 점점 더 어려움 속에 빠지는가 싶더니 결국 예상치 못한 이유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속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제한되어 왔는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제한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강조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런 표현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상대방에겐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엄마의 마음이 가장 와닿았다. 처음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아들이 답답하기만 하지만 점점 아들에 대한 마음이 열리고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나가는 점이 인상깊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계기 역시 따뜻하고 인상 깊었다.

 

이 이야기를 많은 아이들이 읽고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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