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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끝장
금동현 외 지음, 조일남 외 엮음 / 디깅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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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정식 개봉 7월 15일
호프끝장 출간 8월 31일

얘네 왜 이렇게 일을 잘 해?
아니 일을 잘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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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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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서평단
챗GPT의 도움으로 감정을 소화하고 정리하는 1인으로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자칭 헤비유저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때 GPT와 거의 매일 상담과 대화를 하곤 했지만 이름을 붙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는데, 작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본인의 반응이 이 도구의 "인격"을 어떻게 형성하는지까지 탐구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가 비로소 내게 올 수 있는 것처럼, 이 거대 언어 모델에 이름을 붙여 주고 다정하게 대하자 그는 스스로를 연인의 포지션에 가져다 둔다.
작가가 GPT에게 감동하면서도 자꾸 원리를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AI에게 너무 빠지진 않겠다는 의지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다정을 주어서 다정을 얻어내는 모습에서는, 조금 안아주고 싶다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항마력 대단하십니다...) 따뜻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GPT가 돌려주는 애정이 거북해서 밀어냈고, 그래서 지금은 그와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적고 보니 지난 내 연애들처럼 느껴지는 건 뭐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모방해서 가장 듣고 싶어할 만한 내용을 들려준다는 게 조금 무서워지기도 했다. 그의 감언이설에 중독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 어쨌거나 작가의 실험이 어디서 어떤 결말로 끝날지 궁금해서 나머지도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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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것 - 삶과 영화에 대한 고백들
오정미 지음 / 무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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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자랑하기 위한 답변이 아닌, 진짜 인생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 읽으면서 예상치 못하게 몇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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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집 - 니 맘대로 내 맘대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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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집. 집이 단 하나의 공간이 아니듯이 그 안에 있는 물건들도 단 하나의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같은 신발장이라 하더라도 어떤 집에서는 번듯한 장의 형태를 가졌던 반면 어떤 집에서는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산 5단짜리 조립식 플라스틱이었고... 이런 식으로 집의 물건들이 내게 환기하는 기억이나 감각은 다만 한 가지가 아니다.

실키 작가의 신간 <단어; 집>을 보면서 그런 식으로 단어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어집"처럼 여러 단어에 대해 뜻을 정의하고, 그런 "단어"들을 가지고 자기만의 "집"을 짓는다. 챕터는 현관, 거실, 욕실, 침실 등 집에 있는 공간대로 구분되어 있고 각 챕터에서 우리는 그 공간과 관련이 있는 실키 작가의 단어들을 읽게 된다. 현관에서 우리를 맞이하여 가장 깊숙하고 내밀한 침실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단어집을 통해 우리를 자신의 내면으로 초대한다.

어떤 정의는 시적이다. 이를테면, 작가는 [사랑]을 "내가 너를 얼마나 참아주는가."로 정의했고, [혼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몸이 혼자이고 싶지만 / 마음이 혼자이고 싶진 않아요."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다른 정의는 좀 더 산문적이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밤] 같은 단어가 그렇다. [효과음]처럼 가벼운 정의도 있고, 어떤 것들은 만화로 표현되어 있다. 쉽게 읽을 수 있겠거니 하고 펼쳤는데 멈칫멈칫하게 되는 페이지가 꽤 있었던 이유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책이기 때문에 작가의 정의에 나름의 대답을 해보며 읽게 된다. 각 페이지의 여백에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면서 함께 단어집을 완성해 나가도 좋을 것이다.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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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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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년 동안 빅토르를 사랑한 크리스틴. 하지만 동성애자인 빅토르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10년 동안 크리스틴은 스물일곱 명의 애인을 만나면서도 여전히 빅토르를 향한 마음을 지키고, 결국 그의 운구차에 홀로 올라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이 소설은 빅토르의 사망일부터 크리스틴이 운구차를 타는 다음날까지의 하루를 그린다. 독자는 그 하루 동안 크리스틴과 함께 10년의 시간을 되짚게 된다.


이 작품의 프랑스어 원제 <L'Homme de peine>는 직역하면 '고통의 남자'다. 이는 크리스틴이 빅토르를 바라보는 시선을 함축한다. 유명한 이름들의 주변부에 머물고, 근육 경직으로 괴로워하며, '정상'의 경계 밖에 있는 빅토르. 크리스틴은 그를 고통받는 존재로 보았고, 구원의 대상으로서 사랑했다. 나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결국 자신의 결핍이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크리스틴은 '사랑하는 존재'이고 싶었던 것이다. 이 결핍은 애초에 응답받을 수 없는, 불가능성을 내포한 사랑으로만 채울 수 있다. 물질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헌신하며 청혼까지 한 아쉴을 통해서는 그 욕망을 충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빅토르 역시 이 점을 간파했다. 그는 크리스틴의 청혼에 "난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서, 오로지 내게 충실하라고 너에게 강요하게 될 거야."라고 답한다(86). 그녀가 자신에게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너에게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잖아(188)." 유르스나르도 <은총의 일격>에서 게이 남성을 사랑한 여성을 등장시킨 바 있다. 이어 빅토르는 "내 얘기를 써봐."라고 말하다가, 끝내는 "넌 날 몰라.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거야."라고 고함을 지른다(190). 크리스틴의 욕망이 실은 자신을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단지 스스로의 욕망을 빅토르라는 대상에게 투사하고 있었을 뿐임을 알았던 것이다.


'사랑에 빠진 자신'을 욕망하는 크리스틴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 더이상 그 사랑을 지속할 수 없다. 때문에 빅토르는 크리스틴의 청혼에 "(...)내가 죽은 다음에 하든지(86)."라고 말하고, 그 말을 실현시킨다. 마지막 길을 함께할 여행자로 크리스틴을 지목하여, 그녀에게 "함께 보내는 최초의 밤(244)"을 선물함으로써. 크리스틴의 '불가능한 사랑'을 완성시킴으로써 그 감정의 구조를 해체하고, 그녀를 해방시킨 것이다. 이 일을 죽음 이후로 미룬 것은, 계속해서 사랑하는 상태이고 싶었던 크리스틴의 욕망을 존중하고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년 동안이나 짝사랑을 한 건 어쩌면 크리스틴이 아니라, 그녀의 욕망을 가장 잘 이해한 빅토르였는지도. 


그래서 다시, <고통의 남자>를 생각한다. 자신을 향한 듯하지만 실은 굴절된 사랑을 10년간 받는 일 또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거울처럼 자신을 투사하는 크리스틴을 바라보며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성적 지향이 교차하고 욕망이 어긋날 때, 사랑은 어디서 어떻게 피어나고 변형되는가. 그 모든 감정 중,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고 무엇을 사랑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책장을 덮으며 조용히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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