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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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에야 그렇게 나를 고갈시켜가며 일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크지만, 어쩌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가 싶다. 고갈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채우고 배워야 하니까. 카피라이터이면서, 나처럼 남자 이름을 가진 여자인 저자 김민철은 구석구석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쉽게 쓴 책이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대단한 인사이트는 없지만, 읽는 내내 나도 더 읽고 더 듣고 더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 많이 써보고 읽어보고 해봐야지. 뭐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내 어딘가엔 그런 경험들이 촘촘히 기록으로 남을 테니. 


그래서 방금 만년필을 질렀다...???!?!?!


결론은 지름의 합리화.ㅋㅋㅋ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중국의 시

자신의 불행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깨어 있으면서 결국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한 시지프의 공간이 바로 지중해였던 것이다. (86-87)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 모든 선택의 결과물인 나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 선택들이니까. (91-92)

음악과 나 사이에 생긴 결정적 순간은 평생 그 음악에 달라붙는다. 떨어지지 않는다. 더 강렬한 경험이 와도 처음의 그 경험은 지워지지 않는다. (119)

다만, 여행할 때 우리의 귀는 다른 식으로 열린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라면 지나쳐버렸을 어떤 음악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행운으로 느껴지고, 평소라면 발걸음을 재촉했을 연주자 앞에서 기꺼이 눈물을 흘려버린다. (130)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130)

여리고 미숙하거나
닳고 바래거나
모든 나이에는
그 나름의 색깔이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색깔이 있다. (184)

그러니 나에게 `배운다`는 말은 장밋빛 미래를 위한 말이 아니라 장밋빛 현재를 위한 말이 된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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