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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우 누이와 산다 -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동화 수상작 ㅣ 큰곰자리 고학년 6
주나무 지음, 양양 그림 / 책읽는곰 / 2025년 12월
평점 :
누구나 처음이 있다. 젓가락을 처음 잡은 순간. 학교 문을 처음 들어온 순간. 새로운 언어를 만나는 순간.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는 차이는 있지만, 차차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편안함을 가져온다.
반면 이 ‘처음’이 반복되면서 사회화가 일어나고, 학습된 편견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책이나 매체의 영향을 받아 여우는 똑똑하면서 교활하고, 변신해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때로는 꼬리를 아홉 개나 가진 영물이거나 때려잡아야 하는 보스 몹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제목에서 벌써 오싹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도 사회화로 인한 편견이 생긴 모양이다. 어스름한 새벽녘 마당에서 소리가 나길래 문을 살짝 열었더니 입가에 벌건 피를 잔뜩 묻힌 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노려보는 장면이 막 떠오르다가 따뜻하고 시원한 표지 느낌에 걱정은 잠시 넣어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오토바이를 타는 여우 누이라니 기존에 생각했던 여우 누이와는 많이 다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인, 미숙씨, 혜미, 준서가 서로 얽혀 관계를 맺으며 처음을 익숙함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이들의 오늘을 지켜보며 내일을 응원하고,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절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성, 나이, 성격, 직업, 가족 관계, MBTI, 출신, 기호, 성향, 종교, 내가 만난 사람.... 결코 챕터1만 읽고 전체 내용을 알 수 없듯 누군가를 대할 때 혀도끼는 내려놓고 찬찬히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진다면 미숙씨도 준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