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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 ㅣ 북멘토 가치동화 73
박슬기 지음, 해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 없다는 것도, 십몇 년이 지나도 이어질 관계는 정말 극소수라는 것도 안다. 불타오르듯 뜨겁게 사랑했지만, 만년빙처럼 얼어붙기도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수없이 부딪히고 감정이 마모되며 알게 된다. 이걸 학생 때는 알기 어렵다. 어른의 눈으로 조언을 해봐야 학교에 나오는 이유의 전부가 친구이기 때문인지 ‘당분간 거리두기’라던가 ‘내년엔 다를 거다’라는 말은 잘 먹히지 않는다.
학교 폭력 업무를 맡으면 인간의 다양한 면을 원하지 않아도 보게 된다. 불과 지난주까지 괜찮게 지내는 것으로 보였던 아이들 중 한 명은 그동안 속마음을 감추며 참고 있었다는 것, 갈등이 촉발되고 신고로 이어지면 방어하기 위해 3년 전에 주고받을 땐 아무 문제 없던 문구 몇 개를 들고 와서 맞신고를 한다는 것, 성사안 보다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가 깨진 것에 더 마음 쓰고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 스스로 판 구덩이를 계속 파고 파서 더 아래로 침잠하기도 한다는 것, 아이들끼린 이미 감정 정리를 다 끝내고 하하 호호 웃으며 놀고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상대에 대한 증오로 바꾸어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진한봄처럼 자기는 없고 다른 아이들에게 맞춰주다 팽당하는 아이, 연겨울처럼 명확한 기준으로 사람을 재는 아이도 만난다. 강한봄 같이 소문을 쉽게 믿고 퍼트리는 아이도 있고, 해밀이처럼 필요에 따라 단짝을 바꾸는 아이도 있다. 소문을 사실로 믿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지기수.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 가도 꼭 있을 아이들이 책 속에서 움직인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몹시 궁금했다. 풀어내야 하는 문제를 저마다 안고 사는 인물들을 보며 나를 만나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을 만났다. 학폭을 담당하면 하고 싶은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친구 관계로 상처를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 ‘여름과 가을 사이’가 몹시 궁금하다. 사야겠다.
다음 쇄를 펴낼 땐 78쪽 띄어쓰기 교정을 해서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