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678 읽기 독립 2
이은서 지음, 천유주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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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곰'에서 678읽기독립 두 번째 책이 나왔다. 「휘뚜루는 1학년」에 이어 1학년의 시선으로 보는 학교 생활을 다뤘다.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어휘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공통점이다. 반면「휘뚜루는 1학년」이 관찰자의 눈으로 장난꾸러기 휘뚜루의 생활을 따라다닌다면, 이 책 「아픈 날」은 주인공 예원이의 일기를 같이 읽으며 예원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예원이와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예원이가 밤새 끙끙 아픈 일. 소아과 대기실에서 오래 기다린 일, 아프지만 약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하는 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건실에 가야하는데 낯선 보건실 문을 두드리기 쉽지 않은 일 등 예원이의 하루를 같이 다니다보면 나도, 내 아이도, 우리 반 아이도 보게 된다. 


걱정이 가득한 예원이 엄마의 얼굴이 그저 남 같지 않은 것은 아이가 아파도 맞벌이라 연가나 연차를 쓰지 못하고 학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내가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1학년인데도, 별로 아파보이지도 않는데도 가방 없이 소아과에 온 아이는 집으로 가고,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가는 예원이의 모습이 내 아이로 보이는 이유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픈데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교문 안으로 들여보내던 내 아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원이와 예원이 엄마를 향한 안쓰러움은 다행히 같은 반 친구 미나와 예원이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따뜻함으로 바뀐다. 

"무서워? 내가 같이 들어가 줄게."

"진짜?"

"응. 선생님이 무서운지 안 무서운지 같이 보자. 주사 맞아야 하는지도 물어봐 줄까?"

"그건 내가 물어볼게. 주사 맞아야 하면 아프지 않게 놓아 달라고 할게."

1학년 다운 상상력에, 조건 없이 대가 없이 친구와 함께 있어주고, 친구 덕분에 용기를 내게 되는 예원이와 미나를 보면 어린 날 함께 했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함께 있기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말이다. 


이내 도착한 보건실에선 「달려라 하늬」 의 은애씨가 생각나는 보건 선생님을 만난다. 구수한 사투리, 마음을 잘 읽어내는 따듯한 말,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따뜻한 유자차가 효과가 있었는지 아픈데도 학교에 보낸 엄마를 향해 스스르 고개를 들던 서운한 감정이 풀어지고, 몸도 마음도 편안함을 찾게 된다. 


이 책의 작가는 보건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귤색을 사용해서 독자로 하여금 따뜻함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보건 선생님의 원피스, 주전자, 유자차, 이불, 꽃.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곳곳에 배치한 귤색 아이템으로 아프고 불안했던 예원이가 회복되고, 독자도 같이 치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아이들에게 보건실은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찾아가는 곳이다. 친구들이 낯설 때, 관심을 받고 싶을 때, 아주 작은 생채기가 나서 약을 바르고 싶을 때, 비타민을 받고 싶을 때, 급식 먹고 돌아오면서 참새가 방앗간 가듯 하루에도 몇 번씩 간다. 가끔 몸이 너무 힘들어 나도 가서 눕고 싶을 때가 있으니 아이들에겐 어떻겠나.


많은 아이들이 이 책으로 바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풀릴 것 같다. 많은 부모님은 영문도 모르고 부모님을 이해하는 아이를 얻게 되었다. 이은서, 천유주 작가님께 박수를!




* 서평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보건실로 갔어요.
미나의 손은 말랑하고 따뜻하고 힘이 있어요.
내 마음도 덩달아 든든해져요. - P18

아까는 나 혼자인 것 같았는데......
아아, 학교에 오길 잘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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