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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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풍문기. 현대 말로 바꾼다면 '유언비어'나 흔히 쓰는 일본어 '찌라시' 정도가 될 수 있을까? 동지와 연이가 세책방에서 빌려 온 책 '장화홍련전' 속에 누군가 붙여 놓은 한 가족에 대한 언급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월 스무아흐레에 죽은 가족의 죽음을 자살로 마무리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누군가 알려 재수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로 책 속에 붙여 놓은 종이와 댓글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동지, 연이, 두태, 윤휘가 되어 수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익명에 기대어 뇌피셜에 기반한 댓글은 무섭다. 현실을 반영해 이 이야기에서도 말보다 글이 훨씬 나쁜 힘으로 오래 간다는 것을 전해준다바이럴로 묻힐 뻔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만들었지만그 바이럴로 본질이 흐려져 주인공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점도 현대의 모습과 견주어볼만하다. 이 때문인지 사건이 어떻게 풀려가는지, 왜 죽게 되었는지, 그 죽음엔 누가 관여했는지를 알아내다보면 답답함을 느꼈다. 신분, 권력, 남여 등의 사회적 제약을 넘기에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데 그나마 지금은 교통과 통신이 그만큼 발달해 있는데도 억울하게 묻히는 것이 많은데, 옛날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대적 배경이 과거이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어휘 때문에 독자의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이해 정도가 다를 것이다. 운종가, 지전, 종사관, 겸인 등의 뜻은 알려주고, 칠떡칠떡, 세책점, 전기수, 방물장수, 변복 등에 대한 주석을 따로 달지 않은 것으로 보아 편집자는 이야기 진행을 위해 최소한의 뜻만 알려주기로 결정했나보다. 너무 어려운 책이 되서도 안 되고, 앞뒷 문장을 읽음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까지 알리기엔 글의 집중력을 놓칠까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독자는 큰 방해를 받지 않으며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사전을 찾아볼 기회와 문맥을 읽고 낱말의 뜻을 유추할 즐거움도 갖게 되었다.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이 끌리는 것은 동지였다. 추운 겨울에 주워온 아이라서 동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좋은 주인을 만난 덕에 생을 잘 이어가다 주관도 갖게 되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더구나 2023년 내 삶을 계속 흔들어댔던 사건으로 인해 동지가 한 말에 큰 울림이 남았다. 

-'단 한 사람의 온기 덕분에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 P.138'-

누군가에게 온기가 되기 위해 애쓰고, 그로 인해 조금은 더 견디고 살아볼만하다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하나의 점으로 시작해서 물결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삶에도 동지가, 연이가, 두태가, 윤휘가 각자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될 때, 살아볼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다소 얇게 느껴지는 두께감과 무게감에 갸웃했다. '5-6학년 대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뭐지? 3-4학년 용은 또 아닌데....' 실제로 분량이 다른 5-6학년 대상 도서보다 2~30쪽 정도 적은 140여쪽에 해당되어 좀 더 빨리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서평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단 한 사람의 온기 덕분에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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