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범우희곡선 1
아더 밀러 지음, 오화섭 옮김 / 범우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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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풍에 갔다가 스테디 셀러를 세일하는 코너에 들렸다.
거기서 범우사의 범우문고 시리즈를 보게 되었는데 예전 삼중당 문고 크기의 들고다니기 딱 좋은 포켓 북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시대가 시대인지라 삼중당 문고보다 더 슬림하고 재질도 좋으며 은은한 베이지 톤의 표지가 세련돼 보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가격도 저렴해서 2800원 짜리가 세일가 2240원에 팔리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마음이 혹 해버려서 두권을 냅다 구입했는데 하나는 후지다 덴이라는 일본인이 지은 ‘유태인의 상술’ 이라는 책이었고 하나는 ‘카네기 처세술’이었다. 유태인의 상술은 맨 앞장에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읽으십시요’라는 극히 자극적인 문장이 적혀있다.

사실 그래서 사긴 했지만 오히려 돈을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도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해서 책값을 환불해 주지는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그건 100퍼센트 활용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란다. 100퍼센트 모두 실행에 옮겼다면 당신은 반드시 부자가 되어있을 것이라지만 2240원 환불을 떠나서, 내 생각엔 이 저자가 현재 생존해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1926년 출생이고 생몰연도는 나왔있지 않기 때문에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만큼 나는 범우사에 대한 의혹도 높기에 과연 그들이 이 작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알고나 있을까 싶은 것이다. 뒷면의 발행일자를 살펴보자. 초판 1쇄 발행일이 1979년 12월 25일로 나와있다. 내가 태어난 해의 크리스마스다. 마지막 발행일은 2004년 3월 20일이다. 나는 올해로 꼭 26년을 살았는데 이 책은 26년동안 계속 같은 판을 찍고 있다. 26년이라면 강산이 2번하고도 반이 바뀌었는데 책의 내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껍데기 예쁘게 바꾸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범우사는 오래된 출판사다. 출판업계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꾿꾿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나름의 노하우와 자본력도 있는가보다 싶다. 그렇다면 왜 기존의 상품에 대한 연구와 보정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일까.
오늘 범우사에서 나온 아서 밀러의 세일즈 맨의 죽음을 샀다. 초판 발행일이 1976년 5월 1일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번역한 오화섭 선생님은 내가 태어나던 해에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번역한 작품을 읽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분은 돌아가신지 26년이 지났다. 하루키는 사망한지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작가에 대한 이야기지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매우 불쾌했다.
30년 가까이 어째서 개정판을 찍지 않는 것일까. 그러면서 가격은 매해 올라가는 것 같다! 희곡의 언어는 구어체이지 문어체가 아니다. 언어란 시대와 함께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번역도 새로운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30년의 갭이 느껴지는 대화를 읽는다는 건 희랍비극을 읽는 것만큼이나 마음을 장엄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가독률이 떨어지는 희곡 분야는 이러한 장애로 인해 더욱 외톨이가 되어간다.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도 변명은 있다. 희곡 부문은 책이 안 팔리기 때문에 투자 할 수가 없다는 것일게다. 누구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한다. 그래서 출판업은 소명감 없이는 못한다는 말이 있나보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의 투자를 바라는 수밖에. 우리나라 번역사업이 얼마나 후졌는지 정부는 알고나 있을까.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 문학상이 나오지 않는거냐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목졸라 버리고 싶다.

표지의 아서 밀러의 사진 만큼이나 오래된 번역을 읽으면서 범우사가 이 번역판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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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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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에 첫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가.

아베 코보 때 느꼈던 천재적이라는 느낌, 전율이 왔다.

궁극적으로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의 모델이 되는 소설이다.

마술적 리얼리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의 맥을 잇는,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가상의 배경을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기법이 이강백 풍의 알레고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 한명씩 차례차례 눈이 멀게 된다. 결국에는 도시 전체가 눈 먼자들로 뒤덮이는 상황.

그 아비규환의 한 가운데 단 한명의 눈 뜬자가 존재하게 되는 설정. 유일하게 앞이 보이는 ‘의사 아내’는 처음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척을 하며 남편과 사람들을 돕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눈이 보인다는 것을 실토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간다.

 그러나 온 도시가 눈 먼자들로 넘쳐나는 곳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과 자신의 남편, 그리고 수용소에서 함께 따라 나온 몇몇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뿐이다.

 

도시는 순식간에 오물 투성이로 변하고 사람들은 후각에 의존해 먹을 것을 찾아 승냥이처럼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늘 보이던 것이 안 보이게 되면 안 보이던 것이 선명히 보이게 된다.

인간의 내부에 은닉되어 있던 욕망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듯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은 단 하나의 기능만 상실되도 짐승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사라마구는 인간의 오만을 꼬집고 싶었을까?

인간이 짐승보다 더 못해지는 것을 ‘의사 아내’는 홀로 목도하게 된다.

그녀는 너무나도 외롭고 자신이 지옥의 한 가운데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명언처럼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기에 자신들의 꼴이 어떠한지 의식하지 못한다.

 

화장실을 찾지 못해 아무데서 용변을 보고 그것들이 옷과 몸에 들러붙어 썩어가고 씻지 않은 몸에서 아니, 도시 전체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도시는 고인 물처럼 모든 것이 정체한 채 부패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처음 바이러스가 거짓말처럼 퍼졌듯이 온도시의 시력들이 바캉스를 떠났다 돌아오듯 하나 둘 사람들은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의 장난처럼.

 

여기서는 신의 장난이 아닌 사라마구의 장난이다.

어느 작가가 말했듯이 이 시대에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살인을 하거나, 창작을 하거나.

 

자신의 작품 속 인물들에게 저런 못된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보아 주제 사라마구는 신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신이 틀림없다.

 

오이디푸스 왕을 쓴 소포클레스 이래로 자신의 인물을 저렇게 하드 트레이닝 시키는 작가는 처음이다. 그러고보면 작가란 신이 보기에 얼마나 되바라진 존재인가.

신이 가진 독보적인 장남감인 운명. 이를 조종하는 전지전능한 힘을 흉내 내다니.

 

시점이 독특하다.

‘우리’라는 1인칭 복수로 지칭되는 3인칭 전지적 시점. 전에 어떤 소설이었더라? 흔치는 않은데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시점은 서술자의 관점이 모호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물론 작가의 의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그 특징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아내’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선택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렇게 되면 렌즈가 훨씬 좁아지고 편협해진다.

 

그리고 ‘눈 먼자’ 들 속에 있는 ‘눈 뜬자’의 모습까지 그리기 위해서 사라마구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객관적 관점을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걸 보면 소설은 감성보다 이성이 훨씬 우위에 있는 장르다.

과학적인 구성이 필요하고 객관적인 렌즈가 필요하다. 편견에 빠지지 않는 균형잡힌 시선이 필요하나, 내 생각과 색깔을 분명히 입혀야 한다.

 

나도 어서 저렇게 되바라진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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