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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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백 페이지에 가까운 이 소설을 읽는데 하루를 몽땅 바쳤다. 어쩌면 오늘 대구에 갔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시간을 소진하는 것보다 이 소설 한편에 모두 쏟아 부은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공포물인가 했더니만 스릴러였다. 스티븐 킹 소설은 읽은게 거의 없지만 비슷한 류 일 것이다. 그래서 하루만에 읽은게 가능했겠지만. 그렇다고 킬링 타임 용으로써의 작품 정도는 아니다. 책 표지에도 있는 말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소설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 ‘미스틱 리버’도 보고 싶다. 이 소설이 영화화 되고 있다던데 식스센스처럼 결말이 백미인 그런 영화가 될게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에서 사람들이 모두 조심스러웠나 보다.


식스센스가 한창 극장가에서 상영될 무렵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한 남자가 “그거 범인 누구야!” 라고 말했다는 것처럼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충동적인 살의를 느낀다- 이 책의 반전을 리뷰에 모조리 풀어 놓는다면 아마도 이 출판사에선 내게 테러를 가할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복을 앗아가는 그런 파렴치한은 되지 말자.

<1954년, 외딴섬의 정신 병동에서 환자 한명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조사를 위해 파견되 두 명의 연방 보안관은 실종 사건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시술을 일삼는 병원측의 비리와 관련있다는 추측ㅇ르 하곤 병원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중증 정신 병자들만 수용한 병동으로 잠입하려 한다. 하지만 몰아닥친 강력한 폭풍우로 정신 병동의 보안은 마비 상태에 이르고, 정신 병자들이 병동에서 쏟아져나오면서 연방 보안관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책 표지에 간략하게 소개된 줄거리는 대략 위와 같다. 여기서 더 이상 무언가를 말한다면 나도 파렴치한이 될 것이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해야겠다.

결말에서 난 작가의 시각이 궁금했다. 하드 보일드로 끝낼 것인가, 휴머니즘으로 끝낼 것인가에 대해. 결과는 내 생각과는 달리 하드 보일드하게 끝나 버렸고 난 작가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쪽이 오히려 완성도가 더 높겠다 싶은 생각이다.


독자들을 감쪽같이 속인 작가가 참 깜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추리물은 3인칭 전지적 시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느끼면서 그제 읽은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에서 나왔던 마녀사냥이 생각났다. 미친다는 개념도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고 그것에서 열외 당하지 않으려면 집단에 복종해야 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개념이지 않나. 진실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 역시 집단이란 무서운 존재다. 군중, 시청자, 여론, 네티즌들로 표현되고 있는 집단들의 광기 혹은 파워를 보라.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무엇에도 관철 시킬 수 있다. 드라마의 결말을 좌지우지하고 마녀재판처럼 연예인 하나를 잡아다가 사장 시켜 버린다. 그들의 하나하나는 선량하고도 연약한 시민들이지만 뭉치면 괴물딱지로 변해 엄청난 파워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했나보다.

또 한가지,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는 벌어진 상처와도 같아서 세균이 더 쉽게 침투한다. 정신이 아픈 사람들은 이 상처를 잘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 아픈게 아니다. 정신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에 방치 될 위험이 더 크다. 게다가 그 상처는 나만이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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