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 앗아가주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
앙헬레스 마스트레타 지음, 강성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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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민감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남녀평등에 가까워졌다고 말을 하는 이 세상에 대해서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반대로 남성의 지위가 내려갔다고 할 테고 누군가는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접받으려면 한참 멀었다고 할 테다.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고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짧은 인생을 보내는 내내 고달플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자신들, 나아가서는 자기 자식들의 ‘평등‘을 위해 소리를 높이는 자들을 폄하 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지금 이 시대로부터 좀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야말로 여자들이 남자들의 한낱 부속품, 마땅히 소유한 권리이던 그 나날을 배경으로 어느 열다섯 살 소녀가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해 끝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소유권을 되찾기까지의 일대기를 다룬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여인들, 카틴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여인들의 몸과 마음은 남편이라는 이름의 낯선 남자에게 그저 짓밟힐 뿐이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조롱하며 그저 이 삶이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처음에 안드레스를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후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며 사실 그건 그저 두려움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은 카틴이지만, 그런 그녀조차 남편을 향해 칼을 들어올리는 상상, 연인과 함께 그를 벗어나 달아나는 상상을 하면서도 끝끝내 그러지를 못한다.

나는 내심 카틴이 그의 머리에 총을 갈겨주었으면 하고 바랐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그저 답답하지만은 이유는, 그런 여자들의 삶 속에서도 카틴은 끝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스스로 투쟁을 하고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카틴이 나는 참 좋았고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열다섯의 아름다운 소녀가 서른 살의 여자가 되기까지, 침범당하는지도 모르고 침해당한 여자들의 권리와 짓밟힌 프롤레타리아의 삶, 멕시코 혁명을 적절하게 버무려 작가는 담담하지만 먹먹하게 카틴의 인생을 녹여냈다.

유일무이하게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마저도 그저 죽음 그 자체를 그리듯 담담해서 오히려 처연하게까지 느껴졌다. 카틴은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적어도 누가 보는 앞에서는.

그런 그녀가 결국 폭포같은 눈물을 쏟는 순간은, 바로 그 순간, 자신의 해방의 순간이다.
결코 누군가를 위해서도, 특히 안드레스를 위해서는 더더욱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눈물.

그래서 결국 그녀가 행복해졌을까? 에 대한 답은 작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에서 행복해져봤자 여자이기밖에 더 할까.
물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많은 확률로 또 다른 남자에게 권리를 침해당하겠지.

그래도, 역시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내가 사랑하는 카틴이니까.

카를로스와 둘이서
코수멜의 인적 없는 바다에서 보냈던
그 사흘 간의 도피 이후,
내게 바다는 바로 카를로스 비베스였다.
그때 난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하면 제일 좋을까요?"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죽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카를로스가 물었다.
바다에서 지내던 그날마저도
우리는 죽음이라는 말장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아요."
어느 날 오후였던가,
미지근한 바닷물에 발을 적셔가며
그 사람과 나란히 걷던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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