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단어의 홍수 속에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딱 그런 느낌의 언어와 문장들. 이어질 듯 이어질 듯 교묘하게 어긋나는 대화.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인도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그 안에 숨겨진 추악한 이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동등하게 보지 않을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가를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작은 것들의 신.
작은 것.
연약한 것, 더러운 것, 추한 것. 혹은 어린아이, 늙은이, 여자, 낮은 지위의 사람들.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슬픔이 내 마음속을 맴돌았다. 목구멍에 걸린 듯 나오지도 않고 가슴 어딘가에 그저 머무는 형태로. 먹먹함이 이슬처럼 맺혀있었다. 가끔 그것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기도 하고 분노로 표출되어 책장을 강하게 움켜쥐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신분의 차이가 나는 한 연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느 쌍둥이의 풀지 못한 죄책감에 대한 것일 수도, 사고로 죽은 한 여자아이의 억울함, 혹은 그들이 사랑한 작은 것들의 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났더라면 행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아련하고 짠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 소설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일 것이다. 단지 허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인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이다. 인도에는, 아니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것들이 있고 그들의 신이 있다. 아무도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한 여자아이가 물에 빠져 죽었고 쌍둥이는 진실을 말했으며 그들의 어머니는 작은 것들의 신과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가족은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 진실을 외면했고 결국 희생당한 것은 작은 것들의 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게 안타까움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이 합쳐진 탄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장면을 보면서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고작해야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일 텐데도 세상의 매서운 눈길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그들에게 있어 이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지옥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파파치의 장례식장에서,
맘마치는 콘택트렌즈가
눈동자에서 빠질 정도로 울었다.
암무는 쌍둥이에게 맘마치가 우는 것은
파파치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그에게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구부정하게 피클 공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했고,
때때로 그에게 구타당하던 일에 익숙했다.
암무는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며,
별 희한한 것들에다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놋쇠 꽃병으로 때리는 것은 약과란다.
하고 암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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