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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ㅣ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군가 그랬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읽는 내내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고. 나역시 그랬고 조금 곤란하게도, 마지막까지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대략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정말 그런 의미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가 있을까. 그저 짐작만 할 뿐.
소설 속에는 각각 네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누군가는 그걸 탈출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겁지 않은 것, 누군가는 자유, 누군가는 뒤늦게 발견한 운명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얽매이며 그것이 싫어 도망을 갔다가도 다시 한 번 스스로 그 굴레 속으로 들어가고 마는.
밀란 쿤데라는 참 똑똑한 작가다.
어쩜 이렇게 사랑이라는 걸 지적이고 우아하게, 그려낼 수가 있는 걸까.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이 소설은 어쩐지 철학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사비나가 눈에 밟혔다.
끝없는 자유를 열망하는 그녀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자유롭고, 그만큼 아름답고, 그만큼 외로워 보인다. 아마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토마시와 잘 지낼 수 있었던 거고 프란츠와 그렇게 헤어져야 했던 거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그녀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을까?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랑을 했다는 걸. 프란츠를 떠난 것을.
후회하고 되돌아보고 싶은 적이 전혀 없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비록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끝까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사랑에 관해 열심히 노래하는, 다른 소설들처럼 그렇게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에는 어딘가 마음을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강렬한 여운이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결코 알 수 없는 어떤 모호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더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닐까.
닷새 만에 토마시가 불쑥 아파트에 나타났다. 카레닌이 그의 얼굴까지 뛰어올랐고 덕분에 서로 말을 해야만 한다는 필연성으로부터 그들을 한동안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들은 모두 눈 덮인 들판 한가운데 마주 서서 추위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마치 아직 키스를 하지 않은 연인들처럼 서로에게 다가갔다. 그가 물었다. "잘돼 가?" "응." "신문사에는 들렀어?" "전화했어." "그래서?" "아무것도 없어. 기다리는 중이야." "뭘?"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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