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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없는 소년 - 제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성과 마음속의 성이 다른 소년, 은새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의 인공이라서 더욱 관심이 갔다. 그런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은 으레 가족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
남들과는 어딘가 다른 소녀, 은새가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원치 않는 타임리프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한 여자를 구하려고 애쓰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주인공 특성상 성장소설의 요소가 빠질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아서 그런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부담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은 은혁이라는 이름이 아닌 은새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을 부르고 그가 아닌 그녀로, 소년이 아닌 소녀로 은새를 지칭한다. 처음에는 은새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헷갈렸으나 나중에는 `그녀`를 온전한 한 사람의 사랑스러운 소녀로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작가님의 의도가 통했다고 본다. 적어도 나에게는.
죽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타임리프에 휘말리는 소녀. 갑작스럽게 끼어든 불순물을 원치 않는 시간. 사람들 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변화. 계속되는 살인.
타임리프를 거듭할수록 은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들의 반응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처음에는 자신을 걸러내려는 시간의 수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은새가 그걸 깨닫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던 그녀가 변한다.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급박한 긴장감과 견딜 수 없는 스릴이 내 온 정신을 자극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님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아는데 그 말이,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너무 적나라하게 등장하니까 동조해줘야 할지, 아니면 거부해야할지 망설여진다.
은근히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툭툭,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니 그 말에 적극 동감하고 있던 사람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게 되는 격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캐릭터도 정말 매력 있고 정신을 쏙 빼놓는 스릴에다가 간간히 들어있는 로맨스까지……. 오랜만에 제대로 소름 돋는 소설을 본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전의 시간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월요일이 없는 소년이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그 때문에 굳이 일요일 밤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딱히 그러지는 않아도 됐을 듯싶다. 사실, 월요일이 오지 말았으면 하는 맹렬한 거부의 일환이었지만.
남자는 은새를 다시 흘낏 쳐다봤다. 남자가 곁눈질로 은새를 볼 때마다 은새는 손끝이 찌릿찌릿했다. "공항 올 건 줄 알았음 같은 공항버스 타고 올걸 그랬어?" "그러게요. 전 거기서 친구 차를 타고 왔어요. 공항버스를 타시길래 공항 분실물센터에 맡겨놓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났네요. 따님이신가 봐요?" 남자가 드디어 관심을 드러냈다. "응. 내 딸. 예쁘지?" 남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으로 배낭여행이라도 가는 것인지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흰색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남자는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은새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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