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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평점 :
시인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에세이라 그런가……. 단어 하나하나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감성적인 사진과 여운이 남는 문체.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과 간절함이 너무 애달파서 문득 마음이 아련해지고는 했다.
읽는 내내, 쓸쓸함이 나를 옭아매었다.
혼자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나에게 이 시인의 외로움을 견디는 법은 어찌나 찬란히 빛나던지. 외로움은 외로움이 다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전날 너무 일찍 잠에 들어서 이른 새벽에 잠이 깨었다. 시계를 보면서 깜짝 놀라고 다시 잠에 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다. 그런데도 이미 달아나버린 잠은 다시 돌아오지가 않아서 스탠드를 켜고 전 날 읽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어쩌면 새벽 기운을 받아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몰랐다.
새벽에는 그런 마력이 깃들어 있으니까.
은은하게 흔들리던 불빛 아래에서 읽은 이 책 덕분에 쓸쓸하지만 쓸쓸하지 않게,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새벽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이 나에게, 신던 신발을 버리고 갈 거냐고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너무 오래 신어서 버려야 마땅한 신발이었다. 아주 어려웠던 때 사 신은 신발이라 버리기 뭐했지만 버리겠다고 했다. 뭐든 다 끌어안고 살지 말고 조금씩 버리고 살라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어서였겠다. 아마도. 가방을 싸면서 낡은 신발을 휴지통에 버리려 하는데 당신이 말했다. "거기 한 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어쩌면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말이 생각나는 걸까. 그 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걸까. 단지 우리가 며칠 머물던 호텔의 건너편 쪽에 앉아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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