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말하다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보다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는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
작가님이 전에 하셨던 인터뷰와 강연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가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경청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다도 참 좋았지만 말하다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읽다가 나오면 그걸 더 마음에 할지도 모르지만.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은 몇 편 읽어보지 않았지만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문체가 기분 나쁘지도 않고 이 분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작가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털어놔서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것 또한 마음에 쏙 들었다. 아마,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움 받을까 두려워 진심을 마음속으로 감춰버리는 나와는 대비가 되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작가님들은 뭔가 특별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거나 어마어마한 빚이 있다거나 전쟁을 겪었다거나……. 작가님도 예전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었다는 걸 보고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김영하 작가님 또한 평탄치 않은 생을 살아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범한 가정에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는 걸 알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작가라는 사람은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신은 작가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작가님은 평소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참…… 질문 자체가 당황스럽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리냐라던가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냐라던가, 어떻게 하면이라는 질문의 답은 정의내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법이고 자신의 방법을 그 사람에게 가르쳐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로 잘 하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작가님의 말처럼, 모든 것은 얼마만큼 하기에 달린 게 아닌가 한다. 정말 절실하다면 계속해서 글을 쓸 테고 그러다보면 모르는 사이 실력이 늘 테고 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가끔씩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부모님이 혹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때가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니? 예전에는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뭐가 어떻다는 거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도 빠듯한 인생인데 여기에다가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 보태라는 거야?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띠지에 쓰여 있던 글을 보고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한없이 유쾌해져서.

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는 거야˝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
라고 말하면 됩니다.

언젠가부터 행복의 마지막에 돈이라는 목표가 존재했는지.
돈이 있으면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사고,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보다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건 알고 있다. 나도 물론 돈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하지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만 돈을 번다하더라도 정말로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돈을 왕창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에잇, 그런 것 따위.

3부작 마지막인 읽다도 기대된다. 보다, 말하다에도 책이 꽤 나왔지만 읽다는 말 그대로 작가님이 읽었던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에 대해서 또한 글쓰기에 대해서 많은 말을 들려주실 것 같다.

"어느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현대문학의 걸작,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첫문장입니다.
만약 어느 엄마가 이런 말을 꺼내는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사람이 어떻게 벌레가 된단 말이냐?"
꾸짖었다면 다음 문장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어?"
라고 묻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것.
이 순간이 바로 스토리텔러가 탄생하는
마법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