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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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별점 다섯 개가 아니라 열개라도 주고 싶은 심정. 진짜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었다.
많은 이웃 분들이 아자젤로 서평을 썼다. 신작이라고 사놓고는 다른 책 읽느라 안 읽었는데 서평들 덕분에 책을 빨리 읽고 싶어졌다.

아자젤은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옴니버스라고 할 수 있나? 무튼 그렇다.
조지와 화자가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조지가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해 주는 형식인데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그래서 더 편하게 읽힌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안타까움에 탄성을 지르며, 어이없음에 킬킬대고 웃으며.

조지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인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상대방에 대해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전혀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일견 그 안에는 사실만을 말하는 건데 뭐가 어때서? 라는 순수성이 보여서 조금 황당했다.
남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오만함. 본인은 입이 무겁고 신중하다고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아자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신빙성이 없다. 그런데 정작 아자젤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시치미를 데는 모습이 조금 웃기고 캐릭성이 짙게 배어나오는 것 같다.

아자젤은 조지가 소환한 2센티가 조금 안 되는 악마이다. 조지를 위한 소원은 정당하지 않다고 들어주지 않으면서 오로지 조지의 주변인물의 소원만 들어준다. 그런데 이게 아주 골 때리는 것이, 딱 자신이 아는 선에 한해서, 해달라는 그대로 이루어준다는 거다.
소원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그러니 당연히 마음에 차지 않을 수밖에. 아자젤에 나오는 사람들 중 소원을 빌어서 행복해진 사람이 한 손에 꼽을 만하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하다.

소설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하나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오타다.
가끔씩 눈에 밟히는 오타들 때문에 정신집중이 흐트러질 때가 있었다. 혹시 작가가 번역을 끝낸 후 피곤함에 찌들어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원고를 넘겼나 하는 의심마저 잠깐 들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아무 불만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것 같다. 일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으로 다음 화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으니까.

작가의 해학과 풍자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폭소를 터뜨리지는 않아도 그와 비슷한 미소를 만면에 띠우고 자못 유쾌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 갔다.
비록 등장인물들이 착하고 친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부 다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뻔뻔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내뱉는 대사와 거기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움이 나를 온전히 잡아매었다.
나는 그 모두에게 매료되었고 끝내는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종내는 한 단편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여담으로, 작가QnA에서 작가가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는 걸 알고 흠칫. 아니 난 왜 아직까지 살아계실 거라고 막연히 믿었지……. 그리고 파운데이션 작가님이라는 걸 알고는 또 한 번 움찔.
그…… 파운데이션 작가분이셨구나……. 파운데이션도 소문이 무성하던 터라 한 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조지가 알코올 냄새를 풀풀 풍기며 말했다.
「술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 짐작도 못하실 겁니다.」
「취해 있지 않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걸.」
내가 대꾸하자 조지는 밝은 파란색 눈동자에
비난과 분노를 가득 담아 쏘아보았다.
「제가 언제 술에 취했다는 겁니까?」
「자네가 태어난 뒤로 쭉.」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조지를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급히 고쳐 말했다.
「자네가 젖을 떼고 난 뒤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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