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ㅣ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4년 12월

나는 소설은 대부분 가리지 않고 읽는 반면, 시는 명백히 취향을 타는 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시 서정시 같은 것이 내 취향이다. 산문시는 아무리 읽어도 좀체 좋아지지를 않는다. 산문시도 산문시 나름인지 좋아서 계속 읽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산문시라고 하면 인상부터 찡그린다.
게다가, 서정시 중에서도 우아하고 가슴이 먹먹하고 아름다운 운율을 간직한 시를 특히 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사투리가 들어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시는 좋아하지 않는다(사투리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일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의 시를 좋아한다)

이번에, 어렸을 때 어린이 잡지 등에서 만화로 많이 접했던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가 시를 엮어 책을 냈다.
책의 제목부터가 나의 감성을 확 자극했다. 박광수+시라는 조합으로 망설임 없이 책을 구매했다.

책은 박광수 작가의 에세이와 시를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박광수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마음이 촉촉해진 상태에서 그 주제에 맞는 시들을 읽는 순이었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먹먹하게. 부드럽게 웃음 짓다가도 문득 느껴지는 슬픔에 눈물을 짓게 만든다.

박광수 작가는 시를 읽으면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사람은 아주 소중한 사람일 수도, 10년 전에 싸우고 지금까지 말도 붙이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시를 읽다가 누군가를 떠올린다. 거의 대부분은 단 한 사람이다. 물론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대신 내 마음에 드는 시만 잔뜩 들려줬지만. 정작 들려주고 싶은 시는 선뜻 들려주기가 힘들다. 내 잘못된 위로가 상처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시를 읽으면서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

정말이지 나는 엄니의 속을 무던히도 태운
사고뭉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엄니는 늘 따뜻하게 안아 주셨다.
사고를 쳐서 아부지한테 흠씬 두드려 맞을 때도
엄니는 늘 내 편이셨고
나로 인해서 엄니는 늘 죄인이셨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 때문에 엄니의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엄니를 내 못된 삶의 방패막이로 사용했고,
철없는 막내아들은 엄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